"요즘 주유소 금고에는 현금 10만원 보기도 힘들다"

매매도 임대도 안되고 폐업도 못한다며 아우성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경기도 이천에서 20년 가까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사장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때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당시는 주유소 거리제한이 있어 지역에 주유소 숫자도 많지 않았고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 되지도 않아 주로 현금으로 결제하던 때였다.

이 사장은 "당시에는 지역에서 현금을 융통할 수 있는 곳은 주유소 밖에 없을 정도 였다"면서 "영업시간에는 돈을 셀 수도 없어 마대 자루에 돈을 담아가 아내와 함께 밤새 돈 세는 것이 일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사장은 "당시에는 정유사와 거래할때 기름을 먼저 받고 돈은 나중에 냈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참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런 추억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주유소의 황금기에 있었던 이야기 일 뿐이다.

당시 3천여곳에 불과하던 주유소가 지금은 1만 3천개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주유소 업계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16일 한국주유소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주유소는 전국에서 모두 310곳으로 2012년의 219곳에 비해 무려 100개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다 경영수지를 맞추지 못해 주유소를 휴업하고 있는 곳도 393곳에 이른다.

안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요즘 주유소 계산대 금고에는 현금 10만원 보기도 힘들다"면서 "97% 이상이 카드 결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여주지역에서 22년째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장 모 사장은 "경영이 어려워 주유소를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임대도 안되고 문을 닫으려고 해도 4억 가까이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무작정 휴업을 하고 있는 곳도 꽤 있다"고 말했다.

대략 100㎡ 정도 되는 주유소를 폐업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원상복구 해야 하는데 기름 노출에 따라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4-5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사장은 "경영이 이렇게 어려워 지나보니 일부 주유소들은 값싼 가짜 기름을 취급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장 사장이 영업을 하고 있는 8km 반경에 주유소가 10곳이 있는데 두 곳을 빼고는 모두 영업정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

주유소 업계에서는 당장의 경영난을 타개 하기 위해서는 현재 1.5%인 수수료를 좀 낮춰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유소 협회 김문식 회장은 "기름값의 절반은 세금인데 이 세금을 포함한 가격에 대해 수수료를 1.5%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실질적으로는 두배 이상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기도 주유소 업계가 끝없는 불황과 경쟁심화로 허덕이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