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는 14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에 위치한 코리아 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동안 4년 간의 노력에 결실이 맺어진 것 같아서 너무 좋고 일단 이 기쁨을 많이 누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12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기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었다. 바로 이틀 뒤 1000m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곧바로 1000m 시합 준비를 해야 해서 기쁨을 누리진 못했다"면서 "지금은 그 순간을 회상하면서 누리고 싶다"고 웃었다.
1000m 경기를 준비하는 도중 흔들릴 변수도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들려온 이상화의 결혼 기사 때문이다. 교제 중인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이상엽 해군 중위(26)와 오는 5월 화촉을 밝힌다는 내용이다.
결혼설에 이상화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건 아닌 것 같다"면서 "사실 1000m 경기 전에 기사를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도 나와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더 집중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올림픽에 집중했지 그런 것(결혼)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향후 선수 생활 등 계획에 대해서도 "시합이 엊그제 끝났다"면서 "다음 계획을 생각하기보다 우선은 올림픽 금메달, 2연패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친구인 모태범(25), 이승훈(25, 이상 대한항공)과 함께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때는 친구들이 양 옆에 앉아 있었는데 많이 속상하고 아쉽다"면서 "태범이 경기를 봤는데 아쉽고 속상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삼총사인 이들은 이상화를 빼고 남자 500m와 1000m의 모태범, 5000m의 이승훈이 모두 메달이 무산됐다. 이승훈은 1만m와 팀 추월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어차피 아쉽게 메달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이미 친구들은 메달리스트들이고 4년 뒤 우리나라 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메달 획득한 다음에 더 큰 환영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응원했다.
부상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이상화는 "하지정맥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추격증후군이 있는) 왼무릎이 많이 아파서 걱정됐다"면서 "구부러지지 않았을 정도였고 사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때는 스타트도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할 운동만 하되 무리는 안 했고, 필요한 것만 해서 무릎이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빙상 강국 네덜란드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부러움이 함께 묻어났다. 이상화는 "태범이는 네덜란드가 부럽다고 했지만 대신 내가 금메달을 땄잖아요?"라고 반문하며 "우리나라에도 금메달이 생겨서 부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우리나라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한 건 사실"이라면서 "링크장 환경도 그렇고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거기에 맞게 운동해야지 저 또한 네덜란드의 시스템이 부럽긴 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힘들게 훈련해온 만큼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쉬는 것. 이상화는 "한국에 가면 바빠질 것도 같지만 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아 부모님 얼굴 보고 TV 보면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별명인 꿀벅지에 대해서는 감정이 교차한다. 이상화는 "정말 콤플렉스가 허벅지"라면서 "밴쿠버 이후 꿀벅지, 금벅지, 철벅지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분이 나쁘진 않다"면서도 "그러나 이후로 허벅지를 토대로 별명이 붙으니까 조금 좀 그래요"라며 웃었다. 약 40분의 인터뷰를 마친 이상화는 금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비로소 2연패의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