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대화가 관심을 끌었던 것은 남북문제 등 단골메뉴 외에도 한일관계 악화되면서 미 국무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일본관련 메시지와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간 대화가 끝나고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밤 11시 가까이 돼서 나온 청와대의 서면브리핑에서는 정작 일본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청와대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케리 미 국무장관은 남북고위급 접촉과 이산가족상봉문제,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 문제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10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요즘 동북아의 최대 이슈이자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얘기기 오갔을 가능성이 100%이지만 언론에 제공된 서면브리핑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이 늦게 나온 것은) 국익을 위해서 어떤 것을 전달할까를 고심한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며 "내용과 관련해서는 한점 한획 보태거나 뺄 게 없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이 한일관계 악화와 개선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청와대 브리핑에서 넣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케리 국무장관이 정치인 출신으로 발언을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스타일임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현재의 안보를 위해 일본과 화해하라'는 주문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퇴행적 언행 등 일본 측에 있다는 점을 누누히 밝혀왔던 만큼 케리 장관에게 일본의 책임있고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두 사람의 접근법과 해법 차이가 서면브리핑에서 한일관계를 건너 뛸 수밖에 없었던 요인이 됐을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미 행정부의 최고위층을 안방에서 만나 아베 총리의 책임론을 제기할 경우 일본을 자극해 한일관계가 더욱 꼬이게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했지만 일정을 이유로 만나지 않음으로써 일본을 자극하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두 차례에 걸쳐 나름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의지를 내비친 것인 만큼 일본측의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