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방문 중인 그리너트 총장은 국방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은 필리핀과의 상호 방위조약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분쟁 시) 물론 미국은 필리핀을 지원할 것이며, 이는 미국이 준수해야 할 조약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형태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너트 총장의 이런 발언은 남중국해상 거의 모든 분쟁도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온 중국이 유사시 무력으로 도서들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필리핀 외에도 베트남,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관련된 남중국해상 도서 영유권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혀오지 않았다.
닷새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 중인 그리너트 총장은 이어 "국제 규범을 뛰어넘는 공격적 행위는 좋은 질서에 어긋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싶다"면서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하는 일부 발언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이런 발언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 해군이 현재 50여 척 수준인 서태평양 배치 함정 수를 2020년까지 60척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너트는 이와 함께 필리핀 정부가 유엔에 남중국해상 분쟁도서들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기발한 착상"(terrific idea)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중국이 유엔을 통한 해결 노력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필리핀이 현재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결실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12월 필리핀 방문에서 남중국해상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경고하면서, 1951년 체결된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에 대한 준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앞서 ABS-CBN방송 등 필리핀 언론은 필리핀 해군 소식통의 말을 빌려 그리너트의 이번 방문이 양국의 군사협력과 상호운용성을 점검하고 나아가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한층 구체화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은 또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핀크니'(Pinckney)가 닷새 일정으로 마닐라에 입항하는 등 함정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측통들은 이와 관련해 미국 고위관리들이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공세를 잇달아 비판하는 상황에서 함정과 지휘부의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양국의 군사 공조를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남중국해 분쟁도서에서 조업하는 외국 어선들을 상대로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령을 공식 발효시키는 등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해 필리핀과 베트남 등 주변국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