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는 올해부터 이상화의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당장 이상화를 꽃마차 태운 채 ‘올림픽 마케팅’을 하고 싶지만 IOC 규정상 그럴 수 없다.
IOC 규정은 올림픽의 상업적 이용을 막기 위해 올림픽 개막 9일 전부터 폐막 후 3일까지 선수들의 상업적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규정을 어길 경우 해당 선수의 메달은 박탈당하고 기업도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따라서 KB금융지주는 올림픽이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 회사가 8년 전부터 후원해 오고 있는 올림픽 퀸 김연아도 며칠 뒤엔 ‘이번에는’ KB를 올림픽 신데델라로 만들어줄지 모른다.
KB금융지주가 올림픽 스타들에 몸이 달아있는 건 최근 이 회사가 겪은 일련의 ‘시련’ 때문이다.
지난해 터진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사건, 주택보증부 대출 부정 환급,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 은행 부실과 올해 다시 불거진 국민카드 고객정보유출 사건 등으로 꼬박 1년 동안 암흑기를 보냈다.
뭔가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올림픽 스타들 외에는 구원군이 없는 형국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에게는 아직은 송구한 마음이지만 올림픽 스타들 덕분에라도 하루 빨리 지금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올림픽이 끝난 뒤 선수들 축하 모드로 전환하면서 그 동안의 악재를 훌훌 털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선수를 후원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은 스스로가 스타들의 존재로 위로받고 있는 셈이다.
이상화를 공식적으로 함께 후원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와 BC카드도 이상화 마케팅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휠라의 경우는 동계올림픽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상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상화가 시상대에서 입은 트레이닝복 덕분이다.
이상화는 시상식 당시 왼쪽 가슴에는 태극기 휘장이 오른쪽 가슴에는 휠라 브랜드가 부착된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국민 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눈에 휠라가 꽂혔을 것이다.
휠라 홍보전략팀 김민정 과장은 “휠라는 우리 대표 선수들의 의류와 신발, 가방을 지원했다”며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은 개막식 입장시부터 시상대에 오를 때, 그리고 언론 인터뷰 등 대회 기간 중 휠라에서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한 단체복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휠라는 이와 별도로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컬링 대표팀을 후원중이라고 한다. 이들 선수들이 입는 ‘경기복’이 바로 휠라가 제공한 것이다.
선수들 때문에 희색인 기업들도 있지만 울상인 기업들도 있다.
다국적 기업 P&G의 경우가 그렇다.
다우니, 페브리즈 등 ‘엄마’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으로 유명한 이 회사는 올림픽에 ‘땡큐맘’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자녀들을 소치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33명을 키워 낸 전세계 어머니들을 조명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메달 기대주였던 모태범 선수의 어머니가 선택되면서 자연스럽게 모태범 선수도 후원하게 됐다.
그러나 모태범은 500m, 1000m 경기에서 내리 메달 사냥에 실패하며 노메달로 대회를 마감했다.
P&G로서는 ‘땡큐맘’에 이어 ‘땡큐 모태범’이라는 스토리를 올림픽 이후 만들어갈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그러나 P&G는 모태범과 함께 피겨스케이팅 김해진 선수도 후원하고 있어서 아직 기대감을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