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선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3개의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는 같은 종목의 전이경(4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김기훈과 진선유가 안현수와 같은 3개의 금메달을 조국에 안겼다.
하지만 안현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아니다. 대표팀 내 파벌 싸움과 소속팀의 해체 등으로 속을 썩던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과 함께 새롭게 태어났다.
그는 러시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빅토르 안의 자격으로 자국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당당히 남자 15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가 쇼트트랙에서 획득한 첫 메달이다. 개인적으로는 8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에서 여전히 건재한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더욱이 한국 선수들이 준결승과 결승에서 잇달아 탈락하면서 안현수의 메달 소식은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안현수는 경기 후 러시아 현지 언론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보다 더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쇼트트랙을 사랑한다"면서 "부상 이후 더 이상의 올림픽 출전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해냈다. 매우 기쁘다"고 메달 획득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안현수는 자신이 사랑하는 쇼트트랙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에서의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러시아 역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그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역 생활을 은퇴한 뒤에는 지도자 과정까지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안현수는 "나는 러시아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라며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러시아어는 여전히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국제무대에 여전한 자신의 기량을 과시함과 동시에 러시아의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는 빅토르 안은 13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