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 묻힌 진주"라는 대통령의 찬사를 받았지만 낙마한 전임 윤진숙 씨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이 의원은 경남 마산 창원을 지역 기반으로 한 4선의 중진 국회의원이지만, 국민들에게는 그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법조인 출신인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 정도로 평가를 받아온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맡게 될 해양수산부 장관은 어떤 자리인가. 걸핏하면 터지는 해양 오염 사고와 날로 고갈돼가는 어족자원을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 국가 기간인 항만 산업을 발전시킬 막중한 책임까지 놓여있는 자리다.
판사 출신으로 4선 정치 인생 내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만 활동해온 '법률 전문가'인 그를 놓고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도 그래서다.
본인 항변은 이렇다. 고향인 마산이 항구요, 경남 정무부지사를 비롯, 새누리당 수석 정조위원장과 정책위의장을 두 번씩이나 역임하는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나름 정책과 예산을 두루 살핀 식견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 전반에 관한 넓고 실력을 갖춘 중진 의원으로서 해수부 안정을 위한 적임자”라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 내용과 맥을 같이 하는 항변이다.
물론 꼭 해당 분야 전문가여야만 잘 할 수 있다는 법도 없다. 국민의정부 시절 해수부 장관을 맡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러하다.
당시 노무현 전 의원을 해수부 장관에 임명하라는 민주당의 요청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무슨 경험이 있다고 해수부 장관을 시키지"라고 갸우뚱해 하면서도 “워낙 현장을 중시하는 분이니까 잘 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방점은 후자에 실렸다. 일각의 우려에도 노 전 대통령은 해수부 장관 시절 나름대로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새누리당 의원인 정우택 전 해수부 장관도 국민의정부 시절 '비전문가'로서 임무를 맡아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른 분야로 시야를 돌려봐도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임명 당시부터 언론과 여의도 정가에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복지 보건 분야 공무원들은 지금까지도 유시민 전 장관이 일을 아주 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안에 대한 판단과 분석력이 뛰어나며, 일을 처리하는 데 막힘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뒷방'으로 물러났으나 언론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해 노동부 장관, 서울시장을 역임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업무 수행은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사례들만 보면 이주영 내정자도 그 반열에 오르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전문가로 분류된 학자 출신 관료들의 실패담도 이를 반증한다.
'어설픈' 전문가보다는 민심 소재를 정확히 읽어 공무원들을 잘 통솔할 수 있는 '비전문가'의 리더십이 효과적일 수도 있을 터이다.
이주영 장관 내정자는 판사를 그만두고 잠시 변호사를 하다가 지금은 없어진 통합민주당(당시 이기택 총재)의 문을 두드려 지난 1996년 총선에 도전장을 냈다. 그것도 겁 없이 황낙주 국회의장(민자당)에게 대거리했다가 보기 좋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는 3김 씨를 거부하고 독자 노선을 걸었으나 3김 씨의 기세에 따른 지역구도에 밀려 당의 존립이 위태롭다가 97년 10월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이주영 내정자는 3김을 배제하는 정당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운 통합민주당(실제론 꼬마 민주당으로 불렸음) 간판을 선택할 정도로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그런 그도 16대(2000년 총선),17대,18대,19대 국회의원을 하면서 많이 변했다. 지역구도 고착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새누리당)에서 4선을 했고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초.재선 의원으로서 공격수였다. 본인은 정의와 원칙에 위배되기에 두 전직 대통령과 그 정권을 공격하는 선봉에 설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남의 허물을 심하게 물어뜯는 모습을 보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풍을 맞은 지난 2004년 4월 총선에서 권영길 민노당 대표에게 패했다.
정치란 상생과 화합이며 어느 정도의 허물과 잘못은 지적은 하되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을 것처럼 죽여라라며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18대, 19대 때는 야당 의원들과 크게 다툰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단지 소신을 밝힐 때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으나 싸우려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이주영 장관 내정자는 합리적이고 대화가 통화는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그의 정치인 태도가 달라진 이후 수석 정조위원장과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 박근혜 후보 특보단장 등 당과 국회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국정 경험을 쌓는 계기가 그를 찾아왔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때는 원조 친박을 자처한 최경환 의원에게 석패하며 또 한 번의 분루를 삼켜야 했다.
당시에 “실체 없는 친박 내세우기는 구태정치”라며 비판했던 그에게 다 된 밥상을 뺏긴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정치란 그런 것 아니냐? 백퍼센트가 어디 있느냐 이번에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되지”라고 웃었다.
그리고 지난 1월 중순 물었다. ‘또 원내대표에 도전할 것입니까?’라고.
“당연히 원내대표 도전입니다. 이번에 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하며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갑자기 해부수 장관에 내정됐다는 통보를 총리로부터 받았다.
원내대표를 하고자 했으나 해수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연락을 받고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국가가 부른다면 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릴 것 없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판사 경력을 가진 그의 소신이랄까?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와 중앙중과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20회)에 합격해 세칭 잘 나갔던 그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포함한 모든 게 까발려지는 청문회장에 서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했던 사례들. 실제로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2002년 12월 4일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경기도지사)이 발표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수십억 땅 투기와 재산 은닉을 밝힌다”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적도 있다.
야당은 이주영 장관 내정자를 상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찬성 문제를 집중 제기할 공산이 크다.
이주영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16일 “박영선 의원이 4대강 사업이 실패한 것으로 단정하면서 인사말을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고 2010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을 당시 4대강 예산 삭감 요구를 “설득력이 없다”며 일축했다.
또 2010년 9월 전국대학교수 2,400명 이름으로 운하 반대 찬반 서명조사에 박근혜 당시 의원도 서명했으나 끝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는 4대강 A급 찬동 인사로 이주영 내정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재산신고 상 그의 재산은 12억 3천 6백만 원이었으나 올해는 상속을 받아 조금 늘었을 것이라고 한다.
초.재선 의원 시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등과 함께 대표적인 대여 공격수를 자임했던 그가 이제는 해수부 장관 청문회에서 수비를 해야 하는 공수 전환의 위치에 서게 됐다.
이런 그의 소회를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 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