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13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았던 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991년 12월 4일 서울형사지법의 유죄선고가 있은 지 23년 만이다.
이 사건은 1991년 5월 김기설 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본관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김 씨의 동료였던 강 씨를 그 배후로 지목하고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며 강 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유서의 필체와 강 씨의 필체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내놨고, 법원은 1992년 7월 강 씨에게 유서대필과 자살방조 혐의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다.
강 씨는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13년이 지난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며 재심권고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김 씨의 필적이 담긴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 등을 입수해 유서 필적과의 감정을 실시했고, 국과수가 유서 필체가 강 씨가 아닌 김 씨의 필체와 같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재항고했고, 대법원은 3년을 끌다가 2012년 10월 재심 개시를 확정했다.
강 씨는 2012년 10월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으로 지금까지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재심에서 2007년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와 같이 김 씨의 노트 등과 유서 필체가 유사한 것으로 나오면서 강 씨가 누명을 벗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