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장면 포스터는 안돼? 70년대인가”

영화 '바보들의 행진' 떠올리게 해



- 키스포스터, 마주보는 장면으로 바꿔
- 거리에서 치마길이 재던 시절 생각나
- 기괴함은 안된다는 논리도 가슴아파
- 표현자유 통제, 예술가 자기검열불러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2월 12일 (수)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유지나 (동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


◇ 정관용>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화산폭발로 사라진 도시죠. 폼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스터에 남녀가 입을 맞추고 있는 장면이 있어서 이거 선정적이다. 반려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남녀가 그냥 마주보고 있는 포스터로 급히 바꾸느라고 시간도, 경비도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실까요? 영화평론가입니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 안녕하세요.

◆ 유지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저도 지금 이 보도에 실린 두 장의 포스터를 동시에 보고 있는데요. 한 장은 둘이 이렇게 키스하는 장면이고, 이걸로 신청을 했더니 반려됐다는 거 아닙니까?

◆ 유지나> 네.

◇ 정관용> 그래서 서로 마주보는 장면으로 바꿨는데. 이게 전 세계에 지금 다 함께 개봉하는 영화인데, 다른 나라들은 다 이 키스하는 장면 포스터로 다 나간 거죠?


◆ 유지나> 세상에는 많은 나라가 있고 이런 것도 다른데, 상식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그냥 우리가 항상 여행가고 이런 나라들을 보면 이렇게 검열에 준하는 심의를 하겠어요?

◇ 정관용> 이 사진이 뭐, 저는 전혀 선정적으로 잘 안 느껴지지 않는데요. 이게 화산재가 뒤에 배경이 있고 그런 사진인데요, 그렇죠?

◆ 유지나> 그렇죠. 사실 이게 선정적이라면 한국영화, 또 한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 포함해서 반 이상이 선정적이지 않을까 그냥 추정하건대. 좀 심하게 한 것 같아요.

◇ 정관용> 또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 씨가 함께 연기해서 지금 화제가 되는 ‘관능의 법칙’이라는 영화. 이 포스터도 문제가 됐다면서요?

◆ 유지나> 그게 이제, 저도 영화는 아직 안 봤는데요. 여자들끼리 뭐 수다 떤다고 말하나요? 그런 여자들의 세계고, 남자한테 뭐 유흥이나 뭐로 접근하는 장면이 아닌데, 또 옷을 좀 짧게 입었다고 그걸 갖고 뭐라 그러니까. 과거에 저는 그때 영화로 나중에 보고 알았는데, 왜 여자 치마길이 재고 남자는 머리길이 재고, 이런 경찰이 도로 곳곳에 있었죠?


◇ 정관용> 70년대 유신시대 때잖아요.

◆ 유지나> 그거 같은 것과 유사한 시선이 아닌가.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2010년대, 21세기 초를 살지만, 70년대로 그 어떤 윤리라든가 사람들의 품행이나 예술 표현의 문제를 좀 관리하겠다 이런 느낌이 드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어요.

◇ 정관용> 치마가 좀 짧아서 허벅지가 좀 드러났다 해서 반려돼서 이건 또 CG로 치마길이를 일부러 늘려서 다시 포스터를 제작했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 유지나> 글쎄요. 그래서 이게 지금 70년대 있었던 일이구나 그러면서, 역사는 되풀이 되는 구나. 왜냐하면 한국영화사 수업을 하잖아요. 저도 공부를 하고 또 가르치고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항상 보여주는 영화들이 있어요. 그러면 막 하길종 감독 영화던가요? ‘바보들의 행진’ 이런 거 보면 나와요. 막 도망가고 이러는 장면들이. ‘야, 그때는 이랬단다.’ 이렇게 옛날 옛적에, 이러면 애들이 웃거든요, 학생들이. 상상이 안 가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현실적으로 여자들 치마 길이 요새 안 재잖아요. 거리에서. 제가 아는 한 모든 거리. 그런데 포스터에서부터 오면 이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상보다 더 자유로운 게 예술의 세계 아니에요? 영화가 상업이기도 하지만 또 굉장한 또 예술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 정관용> 왜 자꾸 저한테 물어보세요. (웃음)

◆ 유지나> 아니, 저보다 뭐라고 그럴까. 이런 시사나 이런 한국 사회를 아니까. 저는 아직 많이 모르니까, 너무 이상해서. 제 관점에서는 영화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 정관용> 그리고 또 있어요. 빅토르 위고 작품을 원작으로 한 ‘웃는 남자’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는 포스터가 너무 기괴하다는 이유로 또 반려됐답니다.

◆ 유지나> 그게, 사실 보면 기괴하다는 느낌에 저는 동감합니다. 그런데 기괴한 것이 불가능한 게 예술입니까? 예술에서 기괴하게 표현하면 안 됩니까? 저 묻는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자꾸 물어봐서. 그러니까 저는 참 이게, 우리가 그냥 국가적으로 내건 용어를 사용하면, 창조를 경제에다 붙이지만, 사실 창조는 예술의 영역이었잖아요. 모든 게 창조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종교에서도 창조론을 갖다가 쓰고, 창조는 모든 분야에 있지만. 특히 어떤 창작, 창조 이런 건 그걸 자유롭게 하는 게 예술 분야고 한국이 창조를 경제에 갖다 붙이건 뭘 하건, 창조를 하려면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되고 표현이라는 것은 기괴함도 포함되는 거거든요. 기괴함은 안 된다라는 논리 자체가 굉장히 아파요, 정말. 우리가 왜 창조가 내걸면서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이렇게 근거 없이, 굉장히 탈 헌법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예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서 이렇게 통제하는가에 대해서. 이거는 외부 검열효과도 있고 또 창작 주체 예술가들 각자의 내면의 검열로 잦아들게 되는 거거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 포스터는 연령에 상관없이 대중에 노출되기 때문에, 초등학생이 봐도 유해성이 없어야 한다. 키스신은 초등학생이 보기에 부적절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 유지나> 저는 이제 그렇게 판단하시는 분들 하나하나를 제가 모르지만, 제가 아무래도 저는 교수고, 젊은 학생들과 같이 생활을 제일 많은 시간을 하죠. 캠퍼스라고 그러죠. 교정 곳곳에서 하루에 열 건 이상... 포옹하거나 약간 이런 키스의 준하는 그런 걸 보지만 아무도 그걸 보고 욕하는 사람은 없고요. 심지어 저는 지하철에서도, 또 영화 보러 가면 요새 멀티플렉스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면요, 위, 아래 계단에서 안고 그렇게 해요. 그래서 청소년도 보거든요. 저도 보고요.

◇ 정관용> 우리 50대가 보면 사실 약간 눈꼴셔요.

◆ 유지나> 기분 나쁘시죠?

◇ 정관용> 우리 젊었을 때는 못 그랬거든요.

◆ 유지나> 그런데 저는 파리에서 공부하고, 유럽에서 영화 보느라고 많이...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유지나> 그래서 이건 정말 생활환경은 이미 남녀 포옹과 키스 정도는 도처에서 눈에 띄는 게 우리의 어떤, 자유롭거나 이런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이 영화 포스터는 국민이 다 본다.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 초등학생은 못 타게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웃음) 말씀 잘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 유지나>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동국대 유지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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