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통일부 인사수난 계속…서호·천해성 다음은 누구?

전격 경질된 천해성 전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청와대가 인사 발표 8일만에 천해성 전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을 전격적으로 교체하면서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천 전 비서관 교체에 대해 통일부 핵심 요원이어서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서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전혀 없다.

갑작스런 교체에 대해 통일부에서조차 당혹스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인사가 났을 당시 천 전 비서관도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천 전 비서관이 남북고위급 접촉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기존 청와대 통일.안보 인사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경우 평소 스타일 상 천 전 비서관이 온건론에 서고, 그 대척점에 청와대 통일.안보 인사들이 섰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사 발령 일주일 밖에 안된 천 전 비서관이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돌설도 천 전 비서관의 갑작스런 교체에 대한 의문점을 명쾌하게 풀어주지는 못한다.

여하튼 천 전 비서관의 경질성 교체로 통일부는 또 한번 청와대발 인사 참사(慘事)의 피해자가 됐다.

천 전 비서관 전격 교체에 비견되는 일이 지난해 7월에도 있었다. 폐쇄됐던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회담 3차 회담을 앞두고 수석대표였던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김기웅 정세분석국장으로 전격 교체된 것이다.

이 때도 남북회담 모습을 CCTV로 지켜보던 박근혜 대통령이 온건론자였던 서 단장을 경질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뒤숭숭했다.

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남북회담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수석대표가 교체되면서 서호 전 단장의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이 갔다.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일 판문점에서 박근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북 차관급 회담을 갖기 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통일부는 지난 정부 초기에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통일부를 폐지할 방침이었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살아 남았다.

그러나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한가한 부처가 됐다.

새정부 들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기반한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분명히 하며서 통일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남북관계를 청와대가 주도하면서 역시 힘없는 부서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힘없는 통일부의 민낮은 12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접촉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접촉에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남측 수석대표를 맡았고, 홍용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이 차석급으로 참석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서는 실무자급이 참석했을 뿐이다.

북한도 통일부가 힘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청와대를 직접 상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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