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일본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3개국 방문을 확정한 상태에서 한국을 막판 포함시키는 쪽으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일이 팽팽한 '과거사 외교전'을 펴는 현 상황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만 방문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이 일어날 것이라는데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이 모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바이패스(bypass)'할 경우 현재의 과거사 갈등국면에서 일본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점이 미국으로서는 가장 큰 우려사항이다.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방한' 변수도 있다. 시 주석이 이달초 연내 방문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으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찮아도 과거사 갈등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한국과 중국이 외교적으로 '밀착'되는 흐름을 보이는 상황인 탓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대(對) 중국 견제의 중심축으로 삼고있는 미국으로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만 방문하고 한국을 지나칠 경우 벌어질 후폭풍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일주일 가량의 아시아 순방일정에서 한·일의 방문일정을 어떤 식으로 조정하느냐이다. 일본은 2박3일간의 국빈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본이 규정하는 국빈방문의 요건은 ▲아키히토(明仁) 천황 예방과 ▲수도인 도쿄 이외의 지역 방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요청한 2박3일 일정을 1박2일로 줄이되, 국빈방문의 '격(格)'을 유지하고 한국을 '24시간 단기간 체류'하는 쪽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20시간30분 정도 체류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경주 등 서울 이외의 역사적 도시를 거쳐 가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으나 촉박한 일정이나 경호여건 등을 감안해 서울에만 들러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선에서 방문일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주 중 방한할 예정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한국시간으로 13일께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어서 그 이전에 방한 여부와 일정이 확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