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올림픽-나치 베를린 올림픽 비교 글 파문

현지 언론인 反정부 성향 방송 사이트에 게재…비난 쇄도

러시아에서 소치 동계올림픽 열기가 더해가는 가운데 소치 올림픽을 제2차 세계대전 전 나치 정권의 베를린 올림픽과 비교한 현지 언론인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의 저명 풍자작가이자 언론인인 빅토르 셴데로비치는 10일(현지시간)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 사이트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에 소치 올림픽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셴데로비치는 '푸틴과 피겨스케이킹 선수'라는 제하의 글에서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러시아의 승리를 이끈 16세 소녀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를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나치 독일 대표로 참가해 포환던지기 종목 우승을 차지한 한스 뵐케와 비교했다.

그는 "우리는 이같은 스포츠 공적의 대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유럽 도시들을 열거하고서 한스 선수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나치의 2차 대전 개전을 도운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나치 정권이 집권 후 3년만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해 아리아 민족의 우수성과 히틀러의 권력을 과시하는 선전의 장으로 삼고 그 여세를 몰아 2차 대전을 일으키는 데 한스 선수가 의도치 않게 일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리프니츠카야 선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권 홍보용으로 개최한 소치 올림픽을 돕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셴데로비치의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러시아 피겨연맹 회장 알렉산드르 고르슈코프는 "원래부터 정치적 요소를 스포츠에 결부시키는 것에 반대하지만 이번 경우는 황당의 극치"라며 "이런 비교는 병적인 환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 봅슬레이 선수 이리나 스크보르초바도 방송사뿐 아니라 셴데로비치가 문제의 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만일 러시아의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치인들을 욕할 일이지 조국의 명예를 지키는 사람들, 특히 리프니츠카야처럼 어린 선수를 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나무랐다.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출신의 하원 원내 대표 블라디미르 바실리예프는 의회 연설에서 셴데로비치의 글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파시스트적 발상을 담고 있다며 그와 방송사가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셴데로비치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내 글에 대해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20만 명의 독자가 읽었지만 모욕감을 느낀 건 바실리예프 대표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에호 모스크비 방송 본부장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도 "셴데로비치의 글에서 극단주의적 시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반(反)나치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그의 주장이 방송 도중 나간 것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서 제기된 것인 만큼 방송국이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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