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2월 1일부터 다시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북 원광대 병원은 재계약을 통해 한 알당 592원인 약을 5원에 납품받았다.
지난 1일부터 실시된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때문이다.
병원이 정부가 정한 상한선보다 약을 싸게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계약을 요구하는 것이다.
원래 약값이 1천원인 약을 이 제도로 1백원에 사면 병원 입장에서는 9백원을 아끼게 되는 데다 여기에 9백원의 70%인 630원을 추가로 인센티브로 지원받게 되면서 모두 1530원을 더 받게 된다.
이 제도는 건강보험의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2010년 10월에 처음 도입됐지만 부작용으로 중단됐다가 유예 기간을 거쳐 2년 만에 부활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들은 국가 정책에 따라 약값을 싸게 받으라고 하니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체들은 제값을 못받고 팔아야되는데다 판 만큼 약값이 내려가니까 이중 삼중의 불이익을 보게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2년 전 실패한 제도를 무리하게 가져가는지 '관(官)'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제약협회 이재국 상무는 "이런 비정상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비정상화의 정상화'인지 의문"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으로 대형병원의 배만 불리는 이 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김성호 전무도 "경쟁해야 하는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병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약업체들은 병원 등의 '약값 후려치기'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라며 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공정거래법 전문 변호사는 "병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토 중"이라며 "조속한 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이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국장은 "시장형제도는 상급종합병원의 배만 불리며, 약가 인하효과도 거의 없고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양성화하는 소비자에게 백해무익한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실거래가 제도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