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냉각된 아베 시대, 무라야마 전 총리 방한의 의미

"일본의 변화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날 것"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역대 일본 정권 중 자국의 식민지배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것으로 평가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가 11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일 관계 속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 일정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된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은 지난 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공식 요청하고 작년 12월 무라야마 전 총리가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1990년대 중반 81대 일본 총리를 지낸 무라야마 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 기념일 당시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취지의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한 첫날인 이날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주최로 환영식 및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저녁엔 방한 기념 만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정의당 의원단과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모임', '조선통신사의원연맹', '동북아평화번영의원포럼' 등 4개 의원단체가 공동 주관하고 한·일의원연맹이 후원하는 기념 강연을 한다.

기념 강연에 이어 무라야마 전 총리는 같은 날 오후 정의당과 진보정의연구소, 한신대 '평화와공공성센터',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등 대학연구기관이 공동주관하는 '동북아 평화 및 올바른 한·일관계 형성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한다.

주목되는 일정은 마지막 날인 13일 심 원내대표 등과 함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예방과 정홍원 국무총리 면담이다. 이희호 여사 예방이 김대중 정권 시절 한일 관계의 진전을 상징하는 '김 전 대통령-오부치 총리 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 정홍원 총리와의 면담이 정상 간 교류가 끊기다시피한 한 시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특히 아베 총리의 최근 우경화 행태를 공공연히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는 벌써부터 관련 일정에서 나오는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안그래도 한국이 중국과 '역사프레임'으로 연대하는 등 대일 전선을 형성한 상황에서, 자국의 과거 지도자가 현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예민해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이 논의됐지만, 한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아베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반려됐다"면서도 "과거를 반성하는 일본의 양심이 한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그런 관계에서 일본의 변화가 양국 관계에 얼마나 큰 변수가 되는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무라야마 전 총리가 일본 정부의 전직 인사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의전에 나서는 등 예우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총리를 지내신 분이고 당시 활동이 한일 관계의 발전에 상당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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