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일 때를 삼가라

[고전의 지혜]

하승현 선임연구원
깊숙한 방구석을 내 스승 삼아야지.
屋漏在彼 吾以爲師(옥루재피 오이위사)

- 장유 '신독잠(愼獨箴)' '계곡집(谿谷集)'

'홀로일 때를 삼간다'는 말은 '대학'에 실려 있습니다. '소인은 아무 일 없을 때에 온갖 나쁜 짓을 안 하는 게 없다. 그러다가 군자를 본 뒤에는 슬그머니 저의 나쁜 짓을 감추고 좋은 면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것은 그 폐와 간을 다 들여다보듯 훤하니, 무슨 도움 될 게 있겠는가. 이것을 일러 마음속에 있는 것이 겉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홀로일 때를 삼간다.'


장유는 이 말을 두고 다음과 같이 잠(箴)을 지었습니다. '깊숙한 방 안, 아무 소리 없는 곳. 듣고 보는 이 없어도 신(神)이 너에게 임하고 있다. 나태함을 경계하고 삿된 생각 막아 내라. 처음에 막지 못하면 하늘까지 넘실대리니. 하늘 아래 땅 위에 누가 나를 알겠냐고 말하지 마라. 누구를 속일 수 있겠는가. 사람이 되려는가, 짐승이 되려는가. 길하려는가, 흉하려는가. 깊숙한 방구석을 내 스승 삼아야지.'

깊숙한 방구석을 스승으로 삼는다는 말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양심에 비추어 떳떳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비밀은 숨겨 두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남을 뜻하는 '사지(四知)'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후한의 양진(楊震)이 동래 태수로 있을 때에 창읍 현령 왕밀(王密)이 밤에 찾아왔습니다. 금 10근을 뇌물로 내놓으며,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 하자, 양진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한사코 거절합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아는데, 어떻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
세상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스스로의 양심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양심을 속일 수 없는데 세상의 눈을 속인들 뭐하겠습니까? 세상의 눈보다 더 무서운 건 나를 향해 부릅뜬 양심의 눈입니다.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장유(張維, 1587-1638)=조선 중기의 문신. 자는 지국(持國), 호는 계곡(谿谷)·묵소(默所), 본관은 덕수. 예조 판서를 거쳐 우의정에 임명됐으며 어머니의 장례 후 과로로 병사했다. 지행합일을 주장하는 양명학적 사고방식을 가졌으며, 특히 문장에 뛰어나 조선 문학의 사대가라는 칭호를 받았다. 신풍부원군에 봉해졌으며 영의정에 추증됐다. 저서로 '계곡만필' '계곡집' '음부경주해' 등이 전한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