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마을을 뚫어라"…23사단 57연대 1대대 특명

"고립마을을 뚫어라."

육군 23보병사단 57연대 1대대 장병에게 10일 떨어진 특명이었다.

장병 100여 명이 1m가 넘는 폭설로 고립된 강릉시 즈므마을 됫골 5가구의 마을 안길을 뚫는 대민지원을 시행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허리도 펴지 못하고 삽질로 됫골 5가구를 모두 고립무원에서 벗어나게 하는 특명을 해결했다.


특명은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논밭인지 구별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였다.

비록 차가 다닐 수 없는 토끼 길이지만 닷새 동안 꼼짝할 수 없었던 주민들은 가장 큰 불편을 해결하게 된 것이다.

장병이 즈므마을회관에서 골짜기마다 한 집씩 떨어져 있는 곳까지 삽질을 한 총 거리는 대략 3㎞에 이른다.

부산이 고향인 김범진(22) 상병이 맨 앞을 맡았다.

김 상병이 가슴까지 쌓인 눈을 몸으로 밀고 나가면서 뚫고 개척해 나가면 뒤이어 동료가 삽질로 눈을 퍼내 길을 만들었다.

김 상병은 "고향이 부산이어서 평소에는 눈을 동경했는데 이번 폭설로 많은 주민이 불편을 겪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어디가 길인지 몰라 길을 내는 게 매우 힘들지만 뚫린 길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삽질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김 상병 뒤에는 폭설에 비교적 익숙한 동해가 고향인 이종호(24) 병장 등이 힘을 보탰다.

힘들 때는 하나 둘 하나 둘 힘차게 구령을 붙여가며 힘을 냈다.

됫골 주민 이정석(80) 할머니는 "23사단 장병이 평소에도 늘 지역을 지켜주고 있어 든든한데 이렇게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니 정말 고맙다"며 "이제 밖에 나갈 수 있어 정말 좋다"고 고마워했다.

김기천(81) 할아버지도 "우리는 나이가 많아 삽질은커녕 마당 쓸기도 엄두도 못 냈는데 이렇게 장병이 길을 뚫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설작업을 지휘한 허호순 중대장은 "눈이 너무 많이 와 병사들이 길을 뚫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묵묵히 제 일을 해줘 고맙다"며 "몸은 힘들지만 고마워하는 주민들을 보니 오히려 힘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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