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는 상속권 상실 이후 10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남북 분단 특수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납북된 이모(1932년생) 씨의 탈북자 딸(45)이 친척들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회복 청구소송에서 "선산 45/315 지분 소유권을 이전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중학생이던 이 씨는 1950년 9월 북한으로 끌려간 뒤 1977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아 제적 말소됐다.
말소 다음 해, 이 씨의 어머니와 다른 자녀들은 1961년 사망한 이 씨의 아버지의 충남 연기군 선산 5만여㎡를 상속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난 2004년, 실종 선고를 받은 이 씨의 생존 사실이 확인됐다.
이 씨는 중국 연변에서 동생 등과 상봉했고, 나머지 가족도 그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남한 가족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 2006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이 씨의 딸은 탈북해 지난 2009년 11월 남한 땅을 밟았다.
이후 딸 이 씨는 할아버지의 선산을 상속받은 친척들을 상대로 "상속 당시 부친이 살아있었으니 상속 자격이 있었고, 나도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며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딸 이 씨는 지난해 11월 아버지 이 씨의 실종 선고 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남북 분단의 특수성을 인정받아 36년 전 실종 처리된 이 씨의 상속자 자격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2년 5월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11조에는 북한 주민도 상속회복 소송을 낼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민법에는 회복 소송을 상속권 침해 10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피고 이 씨의 친척들은 소송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특별법은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민법을 적용하면 북한의 상속인이 상속권을 박탈당하는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10년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