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빈은 이날 종합격투기 데뷔전을 위해 3개월간 혹독한 훈련을 자처했다. 하루 7~8시간씩 땀을 흘렸다. 열정과 노력을 모두 쏟았다. 수없이 맞고 때리기를 반복했다. 몇 번이나 지옥을 경험했다. 선수들도 힘들어하는 수분감량을 견디고 계체량을 통과했다. 평소 체중(83kg)에서 13kg을 빼는 강행군이었다. 승부에서도 이기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긴 것이다.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선수로서 종합격투기 무대에 서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본인은 말을 아꼈지만 한일전으로 치러진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덜컥 메인이벤터 중책을 맡아 부담감도 컸다. 그러나 화끈한 펀치 KO승으로 주변의 기대에 부응했다.
윤형빈이 입장하자 5천여 명의 관중으로 꽉 들어찬 경기장은 환호성에 휩싸였다. 그간의 훈련량을 말해주듯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윤형빈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기합을 넣으며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에 화답했다. 관중석에 자리한 동료 개그맨들은 두 손을 모아 윤형빈의 선전을 기원했다. 반면 타카야는 다소 긴장한 듯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이름이 소개되자 일제히 야유가 터졌다.
“윤형빈, 윤형빈”을 연호하는 소리와 함께 1라운드가 시작됐다. 윤형빈은 기습적인 타카야의 펀치를 맞고 잠시 중심을 잃었다.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서 철창으로 상대를 밀어붙였다. 한동안 클린치 싸움이 이어졌지만 윤형빈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클린치 상태에서 잔펀치를 계속 상대 안면 부위에 넣었다.
교착 상태가 지속되자 심판은 케이지 가운데로 와서 시합할 것을 선언했다. 타카야가 먼저 펀치를 내뻗었지만 윤형빈도 지지 않고 맞불을 놓았다. 그리고 1라운드 종료 1분여가 남았을 무렵, 윤형빈의 그림 같은 오른손 카운터 펀치가 상대 안면에 적중했다. 타카야는 그대로 쓰러졌고, 이어진 윤형빈의 파운딩에 심판은 시합 중단을 선언했다.
윤형빈은 경기 후 케이지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오른손 주먹에 걸린 느낌이 들어서 끝낼 수 있겠다 싶었다”며 “집에서 가슴 졸이면서 지켜봤을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