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나흘째 90cm '눈폭탄'…주민들 '눈과의 전쟁'

동해안 5개 시군 40여곳 학교 휴업

8일 강릉지역에 40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면서 도심 전체가 설국을 연상케하고 있다.
강원 영동지역에 나흘째 최고 90cm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지면서 주민들이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6일 밤부터 시작된 눈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반복하며 4일째 이어지고 있다,

9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5시 현재 미시령 88cm, 진부령 86.5cm를 비롯해 강릉 왕산면 71㎝, 강릉 62.5㎝, 대관령 47.3㎝, 양양 43.5㎝, 속초 50㎝ 등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있다.

눈 속에 파묻힌 차량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리면서 일부 산간마을은 고립되고 교통이 통제되는 등 주민들이 폭설로 인해 겪고 있는 불편도 늘고 있다. 

삼척시 미로면 상사전리~하장면을 잇는 댓재 구간의 차량이 전면 통제됐으며, 겨울철 상습 통제 구간인 미시령 옛길도 이미 통제되고 있다. 


강릉과 속초, 삼척, 양양, 고성 등 5개 시·군의 시내버스 30여개 노선은 지난 7일부터 사흘째 단축 운행되거나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고성과 인제를 잇는 국도 46호선과 구 영동고속도로 구간(대관령 옛길)은 월동장구를 장착한 차량에 한해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과 동해고속도로 전 구간에도 많은 눈이 내린 만큼 월동장구를 장착하고 운행할 것을 당부했다,

설악산과 오대산국립공원의 입산도 전면 통제됐으며, 동해안의 선박들은 가까운 항·포구로 긴급 대피했다.

특히 이번 눈이 10일까지 올 것으로 예보되면서 동해안 지역 40여 곳의 학교가 10일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또한 강릉 율곡중학교 등 10개 학교는 개학식과 졸업식도 연기했다.

눈길 교통사고와 붕괴사고도 속출했다.

눈 속에 파묻힌 차량
9일 오후 1시 55분쯤 강릉시 강동면 동해고속도로 서울방면 1터널 인근에서 스타렉스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운전자 등 6명이 부상을 당했다.

앞서 지난 7일 밤 11시 30분 양양군 강현면 동해대로 설악휴게소 인근에서는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와 전봇대를 들이받는 등 눈길 교통사고가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또한 강릉시 안현동의 한 양식장 내 비늘하우스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양양군 서면 인근의 '함바식당'의 지붕도 내려앉는 등 크고 작은 붕괴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눈은 눈구름이 바다에서부터 만들어져 습기를 많이 머금은 무거운 눈이어서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시설물 피해도 클 것으로 우려된다.

강릉·속초·고성·양양·동해·삼척 태백과 평창·정선·홍천·인제 산간에는 대설경보가, 양구 산간에는 여전히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앞으로도 많은 눈이 예상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기상청은 10일 밤까지 동해안과 산간에 10∼3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함에 따라 많은 곳은 1m가 넘는 적설도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해안 지역은 동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오는 10일까지 매우 많은 눈이 쌓일 가능성이 있겠다"며" 비닐하우스와 선박 등 시설물 관리와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지면서 영동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그야말로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9일 강릉지역에 나흘째 50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아파트 주차장 전체가 눈 속에 파묻혔다.
강원도와 동해안 각 시·군은 고속도로와 국·지방도 등에 1천여 명의 인력과 6백여 대의 장비를 투입해 제설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영동지역 주민들도 내집 앞 눈치우기에 동참하며 제설작업에 연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쌓인 눈이 워낙 많은데다 눈이 그칠 기미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주민 허철호(36.강릉)씨는 "상가 앞 눈을 치워도 조금만 지나면 또 쌓인다. 정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 이제는 지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이정희(65.여)씨는 "눈길이 미끄러워 운전은 커녕 걸어다니기도 무서워 몇일째 집에 머물러 있다"며 "제발 이제는 눈이 그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폭설 예보에 따라 비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단계별 제설대책을 수립하는 등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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