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만들면 5만원 드려요”, 카드업계는 전쟁중

카드정보유출 사태이후, 불법도 불사한 고객 ‘뺏고 뺏기’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의 한 백화점내 신용카드 신청부스 앞. 두 명의 카드모집 사원들이 “카드를 만들고 가라”며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기자가 잠시 주춤하자 다짜고짜 팔을 잡아 끌었다. “요즘 경품도 준다면서요?”하고 묻는 기자를 직원은 부스 앞쪽으로 조심히 끌어 당겼다.

처음엔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냐며 다소 경계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이 사원은 “요즘 (카드업계) 어수선해서 그런지, 괜히 트집 잡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카드 만들면) 바로 현장에서 5만원권 상품권이나 원하면 현금도 줄 수 있다”고 속삭이듯 가입을 부추겼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가입시 사은품을 연회비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들은 암암리에 탈불법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

카드사들이 과도한 경품 제공 등 불법 영업에 의한 고객 유치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보유출로 문제가 됐던 카드사들이 17일부터 3개월간 영업이 정지되면서 나머지 카드사들의 경우 안으로는 작은 트집이라도 잡힐까봐 몸을 사리면서도, 밖으로는 새롭게 쏟아져 나올 신규 가입 고객 잡기에 특명이 떨어졌다.


8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6시 기준 KB국민카드 등 3개 카드사를 탈회한 회원은 95만8천 명, 해지는 263만2천 건에 달했다.

한 카드사 영업사원 김모 씨는 “요즘 카드 영업계는 그야말로 뺏고 뺏기는 전쟁터”라며 “회사에서도 이번 사태를 회원수를 더 늘리는 기회로 삼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고 귀뜸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사태 이후 카드사들이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벌이자, 카드사 책임자들을 한 데 불러 모아 ‘남의 불행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벌써부터 공염불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에서 불똥이 튈지도 모르는 데 마케팅을 강화하긴 쉽지 않다”며 “하지만 현장의 영업사원들은 이번 사태를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 과열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실련 이기웅 경제정책 부장은 “과도한 사은품 제공은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고객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겠지만 불법영업행위에 대한 단속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부작용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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