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국인들이 그때 비틀스를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앞서 CBS는 뉴스를 통해 영국의 '비틀스마니아'를 보도했고 영국에서 한 비틀스 공연도 소개했다.
이틀 전 오후 1시30분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 존 레넌 등 4명의 비틀스 멤버가 뉴욕 KFK 공항에 내릴 때 3천여명의 팬들이 공항에 마중 나가 환영했다.
하지만 에드 셜리번 쇼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수많은 스타가 이 쇼를 거쳤지만 에드 셜리번 쇼가 지금까지 기억되는 것은 바로 비틀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쇼는 무려 7천300만명이 시청했다.
미국인 3명 가운데 한 명이 비틀스의 공연을 본 것이다.
에드 셜리번 쇼 이후 미국에서는 비틀스 열풍이 불었다.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I Want To Hold Your Hand)는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두 달 뒤에는 빌보트 차트 1위부터 5위까지를 비틀스의 노래가 석권했다.
1964년에 비틀스는 18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지켰고 미국 싱글 레코드 판매량의 60%가 비틀스 몫이었다.
1970년 비틀스가 해체되기까지 미국에서 팔린 비틀스 앨범은 1억6천여만장.
미국 대중 문화계는 미국에 불어닥친 비틀스 열풍을 '영국의 침공'(English Ivasion)이라고 불렀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스'는 비틀스가 '미국에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를 활짝 열어젖혔다'고 썼다.
미국 대중 문화계가 비틀스가 미국에 도착한 2월7일보다 에드 셜리번 쇼가 방영된 2월9일을 '비틀스 미국 상륙 50주년'으로 치는 이유도 비틀스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은 에드 셜리번 쇼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CBS는 9일 '미국을 바꾼 그날 밤'이라는 다소 호들갑스러운 제목으로 비틀스 미국 상륙 50주년 기념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CBS는 기념 프로그램을 50년 전 에드 셜리번 쇼가 열렸던 뉴욕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면서 무대를 아예 50년 전 비틀스가 첫 공연을 펼쳤던 모습으로 재현했다.
지난달 2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 최고의 팝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친 비틀스 헌정 공연을 녹화해 방송한다.
이 공연에는 비틀스의 생존 멤버 매카트니와 스타도 출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그래미 시상식 때 매카트니와 스타는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에드 셜리번 쇼에 출연한 비틀스의 네 멤버가 스튜디오 벽에 남긴 서명과 캐리커처도 공개됐다.
오는 4월 헤리티지 경매에 오르는 이 사인은 8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비틀스가 미국에서 낸 앨범을 모두 모은 '50주년 기념' 박스 세트도 발매됐다.
미국에 상륙한 1964부터 해체된 1970년까지 미국에서 나온 13장의 앨범과 64페이지 분량의 책자가 포함돼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미국 대중 문화의 수도 로스앤젤레스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야외 음악공연장 할리우드볼에서 비틀스 헌정 특별 공연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