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평범한 직장인부터 이민간 가장까지 "개인투자자 110명"

또하나의 약속 보도스틸
박철민이 주연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개인투자와 제작두레(크라우드 펀딩)로 제작비를 100%로 충당한 영화다.

총 제작비 21억 5000만원 중에서 순제작비가 9억8000만원 들었는데 개인투자와 제작두레로 15억 원을 모았다.

상업적인 기획영화도 아닌데, 어떤 사람들이 선뜻 쌈짓돈을 내놨을까? 아무래도 촬영 전에 투자한 사람들은 기획의도에 공감한 경우가 컸으리라.

또 하나의 약속은 대기업 반도체 노동자로 일하던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2007년 스물 셋 나이에 세상을 등진 고 황유미 씨 가족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를 제작한 박성일 프로듀서는 7일 “110명이 개인 투자했는데 이렇게 모인 돈이 12억 원이고 제작두레로 3억 원이 모금됐다”고 설명했다.

“촬영 전과 촬영 중에 투자한 개인들은 최소 100만원부터 넣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개인투자자는 2명의 30대 직장인이었다.”

두 사람은 직장동료로 팟캐스트를 통해 ‘또하나의 약속’에 대해 알게 됐다.

“또하나의 약속이 평소 관심을 갖던 이야기인데다 영화 제작에도 참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일종의 결혼자금이었을텐데, 당장 여자 친구가 없다면서 둘이 합쳐 1억 원을 투자했다.”


완성된 영화를 본 뒤 영화의 의미뿐만 아니라 상업성도 높이 평가하면서 뛰어든 경우도 있다.

한 40대 여성 사업가가 그런 경우로 원래 제작두레에 참여했다가 영화를 관람하고 개인투자에 나섰다.

“작년 12월15일 제작두레 회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사회를 했는데 그때 영화를 보고 1억 원을 투자했다. 성공한 사업가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볼 것 같다면서 비단 의미뿐만 아니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셨다.”

세계여행을 가기위해 아르바이트로 모든 돈을 선뜻 내놓은 20대도 있었다. 3000만원으로 1년 여행을 계획했던 이 사람은 1000만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돈으로 여행을 떠났다.

“영화가 잘돼서 수익이 나면 더 있다오고 만약 아니면 한 6-7개월만 여행하다 돌아오겠다고 했다.”

독일로 이민가기 직전 사연을 알게 된 한 30대 후반의 가장은 “한국사회에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라며 1000만원을 내놓았다.

박 피디는 “개인투자와 제작두레로 제작비를 모은 첫 번째 영화로서 단지 좋은 영화에 투자했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줌으로서 좋은 선례로 남기고 싶다"고 바랐다.

"그래야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가 시도되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하나의 약속은 손익분기점이 65만에서 75만명 정도 된다. 제작두레로 받은 돈은 환금이 되지 않은 구조라 그 해당분에 한해서는 이 영화에 재능기부한 사람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스태프들과 배우들 그리고 영화의 모델인 황상기 아버지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권지킴이 반올림에 드릴 계획이다. 물론 개인투자자는 지분에 따른 환금이 이뤄질 것이다.”

현재로선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게 중요하다.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6일 개봉 신작 중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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