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회장은 지난 2010년 윤 씨의 주치의인 당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에게 허위 진단서 발급을 부탁하면서 돈을 건네고, 회사자금 86억원을 빼돌려 윤 씨의 입원비로 사용하거나 대출이자를 갚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류 회장의 63억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배임은 유죄로 인정하되, 나머지 업무상 횡령·배임은 증거가 부족하고 류 회장의 자금 횡령으로 피해를 입은 회사는 당사자인 류 회장의 회사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류 회장이 박 교수에게 형집행정지의 대가로 1만달러를 건넸다는 점은 "검찰 조사 결과 직접·간접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또 윤 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3건의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는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윤 씨의 당 수치나 유방암·내시경 검사결과 이상 소견이 없고 암 재발 등의 우려가 없는데도, 형집행정지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진단서에 마치 당뇨 등으로 인한 합병증이나 암 재발로 상당히 악화될 것처럼 진단서를 기재했다"며 "이는 허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형집행정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단서뿐만 아니라 의료기록도 첨부해야하는데 형집행정지 자문위원들이 첨부된 진단서만 보고 판단하는 등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등도 있어 이 사건의 책임을 박 씨 혼자에게만 묻기는 가혹하다는 점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 직후 이들 변호인은 "의사는 검사결과를 인용만하는게 아니라 환자에 대해 판단을 하는 건데, 이번 판결은 의사의 고유 부분을 법원이 침해한 것"이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일 결심공판에서 류 회장에게 징역 4년 6월, 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3년에 추징금 1053만 5000원을 구형했다.
윤 씨는 지난 2002년 3월 당시 판사였던 사위 김모 씨가 그의 이종사촌 여동생인 하모(당시 22세) 씨와 불륜 관계에 있다고 의심, 자신의 조카 김모(52) 씨 등에게 돈을 건네며 하 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카 김 씨는 1억 7000만 원을 받고 하 씨를 납치해 공기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2004년 5월 윤 씨와 윤 씨의 조카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윤 씨는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가 발급한 진단서에 명기된 유방암,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2007년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5차례 연장해 옥살이를 피했다.
피해자 하씨의 가족은 윤씨가 거짓 환자 행세를 하며 세브란스 병원 호화병실에서 지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지난 5월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어 윤 씨의 형집행정지를 취소하고 재수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