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로 배움의 끈을 놓쳐 평생 가슴앓이를 하면서 살아온 늦깎이 중·고교 여학생들의 눈물 가득한 졸업식이 열렸다.
◈ 장애인 손주 가르치려고 공부시작한 60대 할머니·공무원 꿈꾸는 결혼이주여성 한 곳에...
자궁암 등으로 5번의 대수술을 받은 양 씨는 아들이 사업에 실패한 뒤 며느리의 가출로 남겨진 지적장애 2·3급의 손자 2명을 돌보면서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양 씨는 "엄마 잃은 손주들이 장애를 앓고 있어 학교를 몇 년이나 다녀도 글을 제대로 못 읽는다"며 "손주들 가르치려면 나 먼저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환갑 넘어 학교 문을 두르렸다"고 말했다.
낮에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2년 넘게 한 끝에 감격스러운 중학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지난 2009년 네팔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알레파라티마쿠마리(28·한국명 김은주) 씨에게도 이번 졸업식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한 김 씨는 부산경상대 사회복지행정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김 씨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며 "복지행정학과에 들어가 공무원 될 준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졸업식에는 평균 연령대가 50대 후반인 늦깎이 중·고교생 292명이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향학열도 남달랐다.
고교과정 졸업생 118명 중 80여 명은 대학에 합격했고, 중학과정 졸업생 70명도 고교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2001년부터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한 부경중.고등학교는 지금까지 3천여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1년에 3학기씩 진행되는 학교에서 2년 만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정규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