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토벤' 대리작곡 고백에 '후폭풍'

공연 줄줄이 취소…대리작곡가 오늘 기자회견

일본의 유명 청각 장애인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佐村河內守·50) 씨가 18년간 대리 작곡가를 활용했다고 고백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사무라고치씨의 대리 작곡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취소된 공연은 사무라고치가 출연하거나 기존에는 그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대리 작곡으로 확인된 곡이 포함된 행사다.

우선 지바(千葉)현 나가래야마(流山)시 문화회관에서 올해 4월 예정된 사무라고치씨의 피아노 콘서트가 취소됐다.


도야마(富山)현 문화진흥재단은 다음 달 간사이(關西)필하모니관현악단 등이 연주하는 공연에 사무라고치 씨의 출연을 검토했는데 폭탄 선언으로 곤경에 처했다.

특히 사무라고치씨의 히트작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의 소재가 된 히로시마(廣島)시 측의 실망감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實) 히로시마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유감"이라며 사무라고치씨에게 2008년 수여한 시민상에 관해 "작곡하지 않았다면 상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시마현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 측은 "전 세계에 대한 실례다. 곡에 담은 반핵 사상은 거짓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문화사는 사무라고치씨의 인터뷰를 담은 월간지 가정화보 3월호의 출하를 정지시키고 독자에게 사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무라고치씨가 살아온 과정을 담은 '교향곡 제1번'을 간행한 고단샤(講談社)가 책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그와 관련된 출판·간행물도 타격을 입고 있다.

앞서 NHK는 그간 뉴스와 'NHK 스페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사무라고치 씨를 크게 부각한 것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본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 선수는 대리 작곡으로 확인된 사무라고치의 바이올린 소나티네를 예정대로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도호가쿠엔(桐朋學園)대학 작곡전공 비상근강사인 니가키 다카시(新垣隆·44) 씨는 일본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내가 사무라고치의 고스트 라이터(대필작가)로 18년간 활동해 왔다.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6일 오후 도쿄도(東京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 관계를 설명할 예정이다.

사무라고치 씨는 5일 변호사를 통해 그동안 자신은 "악곡의 구성과 이미지만을 제안하고 나머지는 별개의 인물이 작곡한 것"이라면서 "팬들을 속이고 관계자를 실망시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히로시마 출신의 피폭 2세인 사무라고치 씨는 35살 때인 1999년 청력을 완전히 잃고 나서도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 등을 작곡해 미국 언론에 '현대의 베토벤'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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