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짰다. 고된 염전 일로 몸에 절은 소금 탓일까 쉴 새 없이 흐르는 땀 탓일까. 알 길이 없었다.
정신은 여전히 혼미했다. 내가 누구인지, 여긴 어디인지, 내가 여기에서 왜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처럼 일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 밥 두 끼 얻어먹고 끌려간 '지옥의 섬'
6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채모(48) 씨가 이 지옥의 섬에 들어오게 된 것은 식사 두 끼 때문이었다. 지적 장애를 앓던 채 씨는 누나와 살며 막노동으로 입에 풀칠했다.
가지고 있는 건 몸뚱이 하나밖에 없었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채 씨는 지난 2008년 11월 일을 찾다 결국 전남 목포까지 흘러들었다.
직업소개소 직원은 두 끼니를 베푸는 호의를 보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대가가 있는 호의였다. 그 대가란 채 씨의 자유였다.
채 씨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거리인 전남 신안군의 외딴 섬 홍모(48) 씨의 염전에 팔려갔다. 자신이 얼마에 팔린지도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자신의 몸값이 30만 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섬은 지옥이었다. 채 씨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소금을 냈다. 밭을 갈았다. 논을 일궜다. 모든 노동이란 노동은 모두 채 씨의 몫이었다. 하루 5시간도 잘 수 없었다. 상습적인 구타도 이어졌다.
하지만 노동의 결과물은 채 씨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새하얀 소금 한 조각, 누런 쌀알 한 톨도 채 씨는 쥐지 못했다.
4년째 어느 날. 같은 처지의 동료가 생겼다. 시력이 좋지 않은 김모(40) 씨도 섬에 팔려왔다. 김 씨의 몸값은 100만 원이었다.
자유를 빼앗긴 상태에서 상습적인 폭행과 혹독한 노역에 시달린 지 1달, 김 씨는 이 지옥의 섬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와 채 씨는 한 달 사이 세 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외딴 섬이었기 때문이다.
선착장 근처까지 다다랐지만 마을 주민들에게 발각돼 지옥인 ‘주인’ 홍 씨의 집으로 끌려왔다.
섬 전체가 한통속이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구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주민들은 이미 홍 씨의 편이었다. 섬 경찰 파출소에 가는 길도 원천 차단됐다.
홍 씨는 "한 번만 더 도망치면 칼침을 놓겠다"고 협박했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가 꺾이진 않았다.
김 씨는 어렵게 종이와 펜을 구했다. 감시의 눈을 피해 어두운 눈으로 밤마다 한두 글자씩 적어나갔다. "이 편지를 보는 즉시 찾아와 주세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기회는 1년이 훌쩍 지나 찾아왔다. 지난 1월, 처음으로 읍내에 이발을 하러 나간 기회를 이용해 몰래 우체국에 편지를 부쳤다. 자유로 향하는 동아줄이었다.
"이제 살았구나. 이제 집에 갈 수 있겠구나". 구출하러 온 경찰을 보는 순간 김 씨는 그제야 안도했다.
채 씨는 5년 2개월, 김 씨는 1년 6개월의 강제 노역이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염전주인 홍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이들을 홍 씨에게 팔아넘긴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