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전 차관보는 그러나 중국 측이 깊이있는 논의를 외면해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오바마 1기 행정부때 '아시아 중시' 정책을 주도했던 캠벨 전 차관보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이 북한의 불가측한 상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계기들이 있었다. 북한 정권의 급변(sudden change)과 그에 따라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구체적인 논의 계기와 형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펴낸 '중국과 대량살상무기·미사일 확산' 보고서에서 '2009년 10월 캠벨 차관보가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비상(급변)사태를 논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인정했다'고 밝혀 실제 논의여부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이 공식 정부 채널로 북한 비상사태를 논의한 것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캠벨 전 차관보는 그러나 "중국은 변죽만 울리고 주변부만 맴돌 뿐이었고 북한문제와 관련해 전면적이고 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주로 미국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논의를 매우 조심스러워 하며 가급적 일반적 사안을 논의하려고 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수준에 까지 들어가지 못했다"며 "다만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핵무기 및 생화학 무기가 주변국에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결의를 하는 것이 우선적 관심사라고 분명히 중국 측에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중 3자간 북한 문제를 협의하는 구상이 제기되는데 대해 "한국 정부가 새로운 협의체와 관련한 구상을 하고 있는데 대해 동의하고 북한 상황에 대해 중국과 어떤 식으로 대화할지를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며 "일정 시점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한 한·미·중의 비공식적 대화가 매우 가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중국,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좀 더 대화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지만 일본이 배제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 수정 가능성에 대해 "중국의 대북 태도가 약간 변화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근본적 입장은 바뀌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한·일간 과거사 갈등문제에 대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좀 더 정치적 대화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일본이 한국과의 견고한 관계를 확실히 약속하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며 "일본이 매우 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일부 영역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미국에 대해 '누가 친구이고, 누가 말썽꾼인지 분명히 하라'고 노골적인 편들기를 압박한데 대해 "미국은 일본의 안보동맹이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좋은 관계를 원한다"며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통일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을 편 중국의 선례를 따라 '하나의 한국(One Korea)'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며 "한국이 '하나의 한국' 개념을 추구한다면 '하나의 중국' 정책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방문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을 모두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