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또 백기?…부채한도 증액 반대급부 포기

'키스톤·오바마케어 양보' 요구 철회 움직임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가 이달 말이면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화당이 이를 증액해주는 대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받아내려던 반대급부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16조7천억원인 국가 부채의 법정 상한선을 높여주는 대신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사업 승인이나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핵심 조항 시행 철회 등의 양보를 얻어내려 했으나 당내 지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에 따라 다른 쪽에서 받아낼 수 있는 게 있는지 대안을 찾고 있으며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좌관들이 익명을 전제로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부채 한도 증액안을 의회의 협조를 얻어 통과시키려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 뭔가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게 공화당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채 한도 증액은 정치적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지난해 10월 부채 한도가 법정 상한에 달해 디폴트 위기에 몰리자 한도 자체는 높이지 않은 채 긴급 조치를 통해 이달 7일까지 빚을 끌어다 쓸 수 있게 땜질 처방을 해놓은 상태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초당정책센터'(BPC) 주최 행사에서 이달 말이면 정부의 모든 조치가 바닥을 드러내는 데드라인이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당장 부채 상한선을 높이는 게 의회의 의무"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리는 것도 실수이고 채무 상환 능력을 볼모로 몸값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지난해 10월에도 오바마케어 시행 연기를 요구하며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아 16일간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다 정부가 문을 닫은 데 대한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부채 한도의 한계가 턱밑까지 차오르자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백기 투항하고 나서 2년치 예산안을 한꺼번에 처리한 바 있다.

당시 이 문제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던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은 신중한 자체를 취하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전략은 언급하지 않은 채 공화당이 미국의 부도 상황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그럼에도 정부 지출 감축 등의 양보를 받아내지 않으면 부채 한도 증액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키 하츨러(공화·미주리) 하원의원은 "정부의 헤픈 씀씀이에 고삐를 죄는 조치를 할 시의적절한 순간"이라며 "부채 한도 증액안에 표를 주는 대가로 뭔가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리 리드(민주·네다바)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에는 제발 위기를 자초하지 않고 건너뛰면 안 되나. 미국의 국가 신용도나 신뢰도를 걸고 내기를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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