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곧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흑해 연안의 남부도시 소치 국립공원에 있는 페르시아 표범 번식·복원센터를 방문했다.
총리 시절이던 지난 2009년 직접 주창해 시작한 페르시아 표범 보존 프로그램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페르시아 표범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 리스트'에 들어 있는 절멸 위기 동물이다. 소치 표범 번식·복원센터는 푸틴의 지시로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으로부터 암수 표범들을 들여와 개체수 증식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센터에는 8마리의 성장한 표범과 4마리의 새끼 표범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아끼는 러시아제 '니바' 지프 승용차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을 태우고 직접 운전을 해 산악지대의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센터 소장으로부터 표범의 생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던 푸틴은 성장한 표범이 일주일에 274회나 교미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동행한 기자를 향해 "본 좀 받으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곧이어 푸틴은 소장과 함께 6개월 된 새끼 표범 한 마리가 있는 우리 안으로 들어가 '스킨십'을 시도했다. 표범은 갑자기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흥분한 듯 우리 안을 소란스럽게 오가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한동안 경계심을 보이던 표범을 달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는 전문가적인 솜씨를 과시했다. 한참 뒤엔 표범을 안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없이 이어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란 표범이 사진 기자들에 달려들어 손을 할퀴고 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소란이 벌어졌다. 다행히 표범이 아직 어린데다 기자들이 서둘러 우리에서 나오면서 큰 사고는 없었다. 이런 소동 뒤에도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 남아 화난 표범을 쓰다듬어 진정시키는 수완을 보였다.
푸틴은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물들을 사랑한다. 아마 그들과 느낌이 통하는 것 같다. 표범과도 마음이 통했다"고 답했다.
전투기, 잠수함, 소방용 헬기, 레이스 카, 오토바이 등을 타거나 직접 몰며 남자다움을 과시해온 푸틴은 북극곰, 시베리아 호랑이, 표범 등 희귀 야생동물 보호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그는 총리 시절이던 지난 2008년 극동 우수리스크의 자연공원을 방문해 멸종위기 동물 시베리아 호랑이에 위치 추적 장치를 매다는 작업을 직접 체험했다. 2012년 9월엔 시베리아 북부 야말반도를 찾아 행글라이더를 타고 역시 멸종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흰 두루미 구하기 활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런 푸틴의 '거친 행보'는 종종 '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8년 호랑이 보호 활동에 나섰던 푸틴이 생포했다고 공개했던 야생 호랑이는 동물원에서 사육된 호랑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자연보호 운동가들은 푸틴의 활동이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희귀 동물 보호 활동이 동물을 아끼는 개인적 취향뿐 아니라 남성적이고 강한 지도자상을 심기 위한 통치술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