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포르투갈 국민 반발에 미로 작품 경매 철회

구제금융으로 돈이 궁한 포르투갈 정부가 미술 작품을 팔아서 국고를 채우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국제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4일 런던에서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 호안 미로(1893~1983)의 작품 85점을 경매에 부치려다가 막판에 이 계획을 취소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5일 보도했다.

크리스티는 미로 작품 판매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날 포르투갈 제1 야당인 사회당은 미로의 작품이 공공 재산이라면서 정부의 매각 결정을 중단해 달라고 포르투갈 법원에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

이들 작품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포르투갈 정부가 도산한 BPN 은행을 국유화하면서 현재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긴축으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포르투갈 정부는 이를 처분하기로 하고 이번에 경매에 내놓았다.

경매에 나온 작품 중에는 1968년작 유화 '여자와 새들' 등 미로의 주요 작품들이 망라돼 있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들이 지금까지 경매에 오른 미로의 작품 중 가장 방대하며 인상적인 작품들이 망라돼 있다고 평가했다.

경매업계에서는 총 경매가가 3천600만 유로(약 524억8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야당이 법원에 매각 금지 신청을 낸 데 이어 포르투갈 국민도 매각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9천 명가량의 포르투갈 시민이 미로 작품 판매를 반대한다는 인터넷 서명에 참가했다.

정부는 크리스티의 경매 취소에도 40억 유로가 넘는 BPN의 빚을 줄이려면 이들 작품을 처분해야 한다면서 매각 의사를 재확인했다.

포르투갈은 지난 2011년 5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와 780억 유로의 구제금융안에 합의하고 올해 5월까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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