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중에는 먼저 입촌해 있는 이규혁, 이상화(이상 서울시청), 모태범(대한항공) 등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대표들이 참석했다. 스키와 썰매,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산악 클러스터의 '마운틴 빌리지'와 '인듀어런스 빌리지'에서 머문다. 그럼에도 국내외 취재진도 적잖게 몰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개막을 실감케 했다.
선물 교환과 공연, 기념 촬영 등 30여 분 행사는 순조롭게 마무리가 됐다. 이후 취재진은 다시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입촌식인 만큼 선수단을 대표할 만한 인물의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상화와 모태범이 순식간에 행사장을 빠져나가면서 맏형 이규혁이 인터뷰 대상자로 정해졌다. 남녀 단거리 간판들인 이상화와 모태범은 전지훈련과 소치 입성 때 등 그동안 인터뷰를 많이 해온 데다 대회 준비를 위해 신속하게 퇴장한 것이다.
졸지에 총대(?)를 멘 이규혁은 "애들 2명 빠져나가는 것 봤냐?"고 취재진에게 반문하며 "완전 총알받이"라고 웃음섞인 불평을 늘어놨다. 이어 "예전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집합 한번 해야 할 거 같다. 경기만 끝나고 보자"고 짐짓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곧이어 맏형답게 후배들을 위해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이규혁은 "날씨도 좋고 많은 분들이 즐겁게 반겨주셔서 (입촌식을) 기분좋게 끝냈다"고 운을 뗀 뒤 "시작을 알리는 느낌이 크고 긴장감이 시작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그런 순간인 것 같다"고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마지막 올림픽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6회 연속 출전으로 한국 선수 중 최다 기록을 세우는 이규혁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올림픽을 그냥 즐겁게만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선수로서 목표도 있고 아직 끝난 게 아니고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메달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세계 정상급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규혁.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후배들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맏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