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형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나 증인들이 사실상 침묵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위한 여성'이라는 단체의 마니자 나데리 이사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졸렬하다"면서 형법 개정으로 여성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새로운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어린 신부 사하라 굴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가해자들에 대한 기소 및 처벌이 불가능해 진다.
당시 15세의 나이였던 굴은 매춘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시집 식구들에 의해 지하실에 갇힌 채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서방 국가들의 경우 배우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경우 증언을 면제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으나 아프가니스탄 새 형법의 경우 피해자 친인척의 증언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둔 상태로 반대론자들은 앞으로 카르자이 대통령이 법안 서명을 거부하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및 아동을 위한 인도적 지원단체의 셀라이 가파르 이사는 지난 2009년 카르자이 대통령을 압박해 부부간의 강간을 남편의 권리로 보장하는 가족법을 완화하도록 하는데 성공한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도 카르자이 대통령을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프간과 미국은 올해 말 나토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일부 미군을 잔류시키기로 하는 안보협정에 합의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군의 민가 공격 중단 등 추가 요구 사항이 협정에 반영돼야 한다면서 4월 아프간 대선 이후로 서명을 미루고 있다.
가디언은 아프간과 미국간 안보협정체결이 미뤄지면서 국제사회의 무관심속에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는 세력이 오히려 득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