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 실장급 간부 A 씨가 정부 보조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이 협회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보조금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A 씨는 각종 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협회에 지원된 정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협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지목한 인물은 A 씨 한 명이지만 돈의 흐름에 따라 여러 명이 횡령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12월 ‘경제교육 활성화’ 명목으로 만들어진 이 협회는 당시부터 정권 실세들이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지난 정권에서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측근인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협회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도 고문을 지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이 현역 시절 협회의 회장을 맡았고, 지금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이 맡고 있다.
이 협회는 설립 직후인 2009년 경제교육지원법에 따른 경제 교육 실시 단체로 지정돼 지난해까지 271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일선 학교에 경제지를 배포하고 공무원과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편향된 입장을 대변하는 ‘MB노믹스 전도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념적 편향 논란을 빚은 경제 교과서 검정 과정의 배후에 이 협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