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열거된 단어는 모두 지소연(23)이 독식한 수식어다.
잉글랜드 여자축구 첼시 레이디스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을 4일 전화로 만났다.
지소연은 지난달 첼시 레이디스와 계약을 맺고 축구 인생의 새 장을 활짝 열었다.
첼시 레이디스가 구단 역사상 최고 대우로 지소연을 모셔갔다고 알려질 정도로 구단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이날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 나선 직후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지소연은 "영국 기자단을 처음 봐서 많이 떨었다"며 "구단에서 기대가 엄청나게 큰 것 같다"며 걱정과 긴장이 섞인 속마음을 살짝 털어놨다.
2011년 일본 여자 실업축구 아이낙 고베에 진출한 지소연은 팀의 정규리그 3년 연속 우승에 힘을 보태면서 주축 자리를 꿰찼다.
성공적인 일본 생활을 보낸 지소연은 현실에 머물지 않고 새 도전을 택했다.
두려울 법한데도 지소연은 늘 당찬 모습으로 일관했다.
지난달 28일 영국 출국 당시 인터뷰에서는 "매 경기 공격 포인트가 목표"라고 밝힐 정도로 자신에 찼다.
그러나 지소연은 "출국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해놓고 걱정"이라며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니까…."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훈련만 똑바로 한다면 올 시즌 문제없이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새 팀에 오니 3년 전 일본에서 데뷔전을 치렀을 때도 생각나는 듯했다.
당시 일본 동북부 대지진 여파로 리그 일정이 연기되면서 지소연의 데뷔전도 덩달아 늦춰진 바 있다.
지소연은 "그땐 정말 팀에서 빨리 뛰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데뷔전에선 정말 많이 떨었다"며 "이번에는 시즌이 되면 바로 데뷔전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축구선수로선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아직 '축구 선수 지소연'에게 줄 수 있는 점수는 "50점"이라며 낮게 잡았다.
지소연은 "여기까지 왔다고 끝난 게 아니다"라면서 "난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활약에 따라 유럽에서 보는 한국 여자축구에 대한 위상이 달라질 수 있기에 더욱 정진해야 한다는 게 지소연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지소연은 "여민지(스포츠토토)는 물론 한국의 많은 언니들, 친구들 모두 외국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며 "내가 잘해야 어린 선수들도 해외로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젓하게 말했다.
이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기에 지메시, 제2의 박지성보다는 그냥 지소연으로 불리는 게 더욱 마음 편하다고도 덧붙였다. 지소연은 "이제 그냥 내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며 "다른 사람이 제2의 지소연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2010년 지소연이 U-20 월드컵에서 활약하며 스타로 막 빛을 보기 시작했을 때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고생하신 어머니께 찜질방을 차려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세계적인 스타로 한 걸음 나아간 지소연이 이제 그 꿈을 이뤘을까.
이 질문에 지소연은 소리 내 한참 웃더니 "아직 그 소원은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도 엄마에게 찜질방을 차려 드리는 게 목표"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