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4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수출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원화 가치 덕택에 수년간 이익을 얻었지만 최근 원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에 대해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도요타 등 일본 수출 기업은 엔화 가치가 내려가 혜택을 얻고 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은 철강,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는 엔화에 대해 24% 절상됐다. 이는 한국이 1997년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빠른 절상 속도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엇갈린 희비는 지난해 12월 마감한 분기 실적 발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주에 발표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8% 감소했고 한국의 다른 대형 제조업체의 실적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 기업은 엔화 약세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3월 끝나는 회계연도의 순익 전망치를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운 1조6천700엔(164억달러)으로 상향 조정했고 영업이익은 67%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증가할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이 환율 요인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은 2007∼2011년 원화 가치가 엔화 대비 50% 폭락하면서 이득을 봤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2012년 중반 이후 뒤집혔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하고 양적완화를 선언하면서 엔화 약세는 가속됐다.
한국 기업에 원화 환율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원화가 달러화 대비 10원 절상될 때마다 삼성과 현대의 영업이익이 1% 떨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원화 환율 때문에 4분기 이익이 7천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엔화가 추가로 하락하면 한국 수출 기업들의 고통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닛산 자동차의 자회사인 닛산 샤타이의 시마다 타쿠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 제품 모두 품질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같다면 고객이 일본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