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 사진을 놓고 법적 대응을 벌여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이를 묵인키로 했다가 원칙 없는 대응이라는 역풍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사진은 지난주 카리브 해 무스티크섬에서 가족 휴가를 보낸 조지 왕자의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영국 주간지 '헬로!'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잡지는 파파라치의 망원렌즈에 포착된 생후 6개월 된 조지 왕자의 사진을 단독 입수해 8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잡지는 '이만큼 컸어요'라는 제목으로 하늘색 유아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엄마의 품에 안겨 비행기에서 내리는 왕자의 사진을 표지에 게재했다.
미들턴 빈과 조지 왕자는 윌리엄 왕세손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전문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카리브 해의 외딴 휴양 섬에서 외가 식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왕자의 사진이 공개된 직후 왕세손 업무를 담당하는 켄싱턴궁은 게재금지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이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됐고 촬영에 따른 사생활 방해도 크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 다른 언론들은 왕실의 사생활 침해보도에 대한 강경 대응 원칙이 무너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왕실 가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언론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불만이 고조됐다.
텔레그래프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왕세손 측이 이번 사진 공개를 묵인하기로 한 것은 기존의 강경 대응 원칙에서 벗어난 결정이라며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이미지 관리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불과 한 주전 케임브리지 대학 수업을 위해 케임브리지 기차역에서 화난 표정으로 내리는 왕세손의 사진에 대해 비보도를 요청한 사실을 들어 왕실의 결정에 일관성 없다고 공격했다.
민영방송인 ITV는 지난해 이탈리아 잡지에 공개된 비키니 차림의 임신한 미들턴 빈의 휴가 사진을 화면에 노출했다가 왕실의 엄중 항의를 받고 사과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데일리미러도 조지 왕자의 첫 나들이 사진이 이런 식으로 공개된 것은 유감이라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왕실이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면서 사진의 내용에 따라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면 이미지 통제로밖에 볼 수 없다는 법률전문가의 우려도 이어졌다.
왕실은 논란이 번지자 "조지 왕자의 사생활 사진은 비공개가 바람직하지만 이번 사례는 침해 요인이 적어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