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사적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는 4일 도쿄도(東京都) 총리관저에서 회의를 열어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 해석을 바꾸는 문제를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간담회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자위대의 활동 범위와 권한을 확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조직적, 계획적인 무력침공을 받으면 방위출동으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채워야 할 빈틈이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영해에 진입한 외국 잠수함이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응이나 무장한 외국인이 섬 지역을 점거했을 때의 대처와 관련해 '방위 출동이 제한적이며 무기 사용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며 현재의 방위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좌장인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전 주미 일본대사가 회원에게 쟁점을 정리한 보고서 원안을 회원에게 제시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미뤄졌다.
이소자키 요스케(의<石+義>崎陽輔) 국가안보담당 총리보좌관은 간담회가 끝난 후 "각론에서는 논의를 대강 마쳤다"며 보고서 정리 작업이 곧 마무리될 것임을 시사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연내에 개정할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며 방위정책 전반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단자위권에 관한) 방향성이 나오면 가이드라인에 확실히 편입하는 형태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단자위권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일본이 대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그간 일본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가 위헌이라고 해석했다.
간담회는 안보 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헌법해석을 바꿔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해 4월 제출할 예정이다.
아베 내각은 이를 토대로 올해 정기 국회 회기가 끝나는 6월 22일까지 헌법 해석 변경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과 참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헌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헌법해석 변경과 별도로 개헌에도 의욕을 보였다.
그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단지 국회의원 3분의 1의 반대로 국민의 6할, 7할이 (개헌을) 바란다고 해도 거부하는 것은 이상하다. 개정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헌법이 미 군정 시기에 만들어져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의 헌법은 우리 자신이 써 나간다는 정신이야말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작년 5월 참의원에서도 "제정과정에서 보면 진주군(점령군)이 만들었다"며 "시대에 맞지 않은 내용도 있다"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1946년 공포된 현행 일본 헌법은 연합군총사령부(GHQ)의 초안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일본 헌법은 패전 직후 점령시대에 일본의 힘을 꺾으려고 점령군이 강요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2012년 4월 교전권과 전력 보유를 부정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자위대의 명칭을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 개헌안 초안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