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박한 곳에 살지만 행복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일상 담아
- 서구가 심어준 시각이 아닌 아시아적 시각으로 봐야
- 이효리와 시시한 사이
- 윤도현, 결혼 안하겠다고 해, 어쩔수 없이 주례 서주기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2월 4일 (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노해(시인)
◇ 정관용> 박노해 시인 연결합니다. 딱 30년 전, 시집 ‘노동의 새벽’을 통해 시인으로 노동, 평화 운동가로 우리 사회에 상징적인 인물이 된 박노해 시인, 최근 10여년 간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 빈민지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 왔구요. 내일부터는 그 사진들을 모아 ‘다른 길’ 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엽니다. 오랜 만에 대중들을 만나는 박노해 시인의 목소리 들어보지요. 오랜만에 만납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노해>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시인 박노해가 아니라 사진작가 박노해로 불러야 겠네요?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입니다. 이제는 사진작가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듯 하네요?
◆ 박노해> 많은 분들이 전시회장에 제 사진을 보고 와서 그 박노해냐, 이렇게 물어서 제 호가 그 가 됐습니다.
◇ 정관용>사진 처음 찍은 지가 벌써 15년 맞죠? 왜 그때 사진 찍어야겠다 생각 하셨어요?
◆ 박노해>제가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쓴게 아닌 것 처럼 사진 작가가 되기 위해 찍은 적도 없고, 국경너머 15년간, 분쟁 터진 곳에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아 떠나며 가난하고 힘든 곳을 다니다 보니, 국경을 넘는 순간 언어가 국경을 못 넘더라구요 그러면서 오래된 만년필,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니 분쟁, 고통 당하는 현장에서 힘없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카메라고 지배자가 두려워 하는게 카메라였구요, 활동하며 찍다 보니. 사람들이 모이고 고통, 아픔, 아름다움, 진실 이런 걸 나누고 싶어 전시했는데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좋아했구요. 많이 우시고, 또 눈물의 전시회이기도 하고, 용기도 얻고, 사진이 이런 의미가 있구나 해서 활동 사진을 전시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감옥에서 나와, 이 땅의 어려운 분들 곁에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보다, 분쟁 지역 어린이 곁에 있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라면?
◆ 박노해>사람이 자기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른 사람의 일과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거나 나누는 건 몇 생을 거듭해도 끝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라도 그렇구요. 시시하고 존재 없어도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전쟁 터져 힘없이 폭격 침략 당하는데 한국엔 그런 경험 많잖아요, 일제, 군사독재, 가난, 많은 것을 겪었고, 그것들이 깊은 상처로 남아서, 남들이 아프면 그게 얼마나 아플까가 민감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오히려 제 맘이 편하기 위해서입니다. TV로 그냥 지켜보는 게 더 괴로워서 오지로 나갑니다.
◇ 정관용>여쭤본 제가 부끄럽습니다 .범인류적 관점으로 보자 이건데. 그렇게 어려운 곳으로 가보셨더니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는 현장들이 보이던가요?
◆ 박노해>다니면서 또 하나의 간절한 이유가, 군사독재 맞서 민주화 운동하고 인간다운 삶 살기 위해 사회주의가 인간해방의 가장 빠른길이라 생각하고 살았지만 사회주의 붕괴하고 그런 과정에서 정신은 그대로지만 현실의 결과에선 깊은 성찰을 시작했고 자본주의 사회주의 이후, 생태위기, 현대문명의 위기 속에 새로운 대안, 삶, 새로운 철학, 생활양식 모색을 담은 귀착지가 운 좋게 사형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제가 꼭 해야 하는 게, 바로 살아 남은 자의 책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흔히 말하는 코스있잖습니까. 그런대로 살지 않겠다 결심하고 제 자신을 스스로 체제의 경계 밖으로 자발적으로 추방해 먼길 돌아오며 대륙의 전통, 지혜와 현자들 운동세력, 지성들과 토론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온 셈입니다.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고, 두 발바닥으로 각 대륙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배운 셈이죠
◇ 정관용>바로 그런 대안의 삶, 잃은 길을 다시 찾기 위해 찾았고 이번 전시회 제목처럼 다른 길을 찾으셨나요?
◆ 박노해>수많은 젊은이가 찾아와 울며 많이 얘기하구요. 대화 하다 보면 학교 가는 아이들 직장인들도 걸어가지만 마음속으론 다들 다른 뜻 품고 있죠,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이 있지 않을까, 다들 다른 길을 찾고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고, 똑같은 시대, 다른 삶과 다른 길에서, 적지만 적어도 기품 있고, 서로 우애 있게 살고, 이만하면 넉넉하다고 감사하고 살면서 어찌보면 가장 가난하고 척박한곳에 살지만 너무나 행복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 정관용>이번 전시회는 몇 작품이나?
◆ 박노해>아시아 지역 3만장인데 한 컷 한 컷 심장의 떨림으로 찍는데 6개월 동안 엄선해서 120점 전시하구요, 공간 한계 때문에 전시 못했던 나머지 사진까지 .. 다른 길이라는 사진 에세이 책을 내구요, 사진 옆에 150쪽 가까운 육필 글을 축약해서 7-10줄 정도로 시와 같이 넣어서 글과 함께 읽을 때 이해가 깊어질 거라서 120점을 전시합니다
◇ 정관용>분쟁 지역에 살지만 행복한, 120점 사진 중, 아픔 기록한 사진이 많아요, 행복을 기록한 사진이 많아요?
◆ 박노해>신기하게도 아시아쪽 갈 때는 다른 대륙보다 편안한 누이같은 느낌, 오히려 아픔까지도 강인한 생의 의지가 약동 치며 우리를 토닥토닥 안아주고 응시하며 살아갈 힘을 주는 듯하구요 너무 가난하고 척박하지만 일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위엄과 아름다움이 살아있어요 오히려 많은 분들이 정말 이런 아시아가 아니구나. 느끼죠 지금까지 중동 광야전을 하던, 기존의 서구가 심어주던 눈으로 봤던 것과는 다른, 아시아 속살 마음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 정관용>전시와 사진 에세이 모든 수익은 사진에 찍힌 그분들을 위해 쓰신다고 하구요
이효리, 윤도현 이런 분들이 무료로 찬조 출연했다던데 이효리씨 와는 어떻게 친하세요?
◆ 박노해>이효리씨와는 효리씨 말처럼 시시한 사이죠. 저는 시를 쓰고 나누고, 효리씨는 자신의 시간을 귀하게 나눠주고, 그래서 효리씨는 저와 시시한 사이라고 얘기 했더라구요
아마도 이효리씨가 아이돌 스타에서 생각있는 가수로, 예인으로 거듭나면서 시련과 고통이 있었는데, 3년전 제가 300편의 시를 넣어 12년 동안 쓴 시집을 냈는데 그 시를 읽고 많은 용기와 위안이 됐던 듯 합니다.
◇ 정관용>윤도현씨는요?
◆ 박노해>제가 무기수로 감옥에 있을 때 제가 쓴 시 <이땅에 살기 위하여>를 작곡해서 노래 불렀는데 그 노래가 오늘 자기가 있게 했다고, 주례를 서달라고 하도 얘기해서, 피하다가, 결혼 안하겠다고 해서 이거 큰일 나겠다 해서 주례 섰는데, 나중에 굉장히 슬펐죠, 제가 벌써 주례설 나이가 됐나.
◇ 정관용>많은 분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됐으면 합니다. 내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전시회죠 박노해 시인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노해>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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