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재 北대사도 '중대제안' 설명 기자회견

"6자회담 미국 때문에 지연…한·미 공수훈련은 평양 점령 염두에 둔 것"

한반도 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이 미국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고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4일(현지시간) 주장했다.

김 대사는 이날 모스크바 시내 북한 대사관으로 러시아 기자들을 초청해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회견에 초청받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김 대사는 "우리는 협상을 재개하는 데 반대하지 않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일방적 핵 프로그램 폐기를 압박하면서 대화 재개 희망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가 일방적으로 이런 방향의 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이어 "우리는 남조선과의 관계에서 긴장 증폭을 원치 않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라도 남북 관계를 화해의 길로 들여놓기 위해 참을성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최근)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니라 국가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중대 제안을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남한에 대한 '중대 제안'을 발표하고 같은 달 30일부터 상호 비방·중상과 군 적대행위 중지 등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남한 당국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포함한 제안을 '위장평화공세'로 규정하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 대사는 남한 측의 이 같은 반응을 염두에 둔 듯 "우리는 이미 먼저 공중, 해상, 서해 5도 주변의 민감한 지역 등을 포함한 비무장지대 등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단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의 중대 제안은 위장평화공세나 남조선 인민을 상대로 한 심리전, 정치술수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남조선 당국은 지금까지 귀를 막고 올바르지 못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제안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뚜껑도 열어보지 않고 미리 볼 것이 없다고 단정해 내던진다면 좋은 책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비유를 들어 한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대사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훈련 등을 언급하며 "이 훈련들의 공격 표적은 북한의 주요 시설이며 훈련의 일환인 대규모 합동 공수훈련은 평양 점령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를 통상적 방어 훈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기만과 냉소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많은 러시아인은 매년 벌어지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나도 그러한 평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사의 기자회견은 최근 북한이 외국 공관을 통해 잇따라 개최하고 있는 국제 선전전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의 기자회견 이후 29일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중국 및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회견을 열고 역시 북한 국방위의 '중대 제안' 등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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