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전체에 존재하는 지방은 비상시 에너지 저장고의 역할을 한다. 지방은 혹독한 추위에 맞서 우리 몸을 보호하고 세포기능을 유지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처럼 우리의 몸 곳곳에 흔함과 동시에 넘치는 지방. 그러나 몸에 붙어있는 지방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만 처방을 받기 위해 의사와 상담을 한 여성이 있다. 의사가 권고한 식단표를 한심한 표정으로 들여다 본 후 이윽고 묻는다. "이 식사를 식전에 하나요? 식후에 하나요?" 체중감량의 1차적 방법으로 식사를 줄이는 다이어터들의 애환과 허무가 묻어나는 우스갯 소리다.
이런 얘기도 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단식원을 찾은 여성은 다이어트에 실패하지만 엄마를 끌고와서 단식원 입소 비용을 내달라고 떼쓰는 여성은 체중감량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산고와도 같은 공복감을 견뎌내기 위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는 맥락의 일화다.
최근에 일본 의사가 쓴 한 끼 식사법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너도 나도 굶어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허리띠 구멍을 한 번도 안 채워본 안쪽 구멍에 채울 희망에 빠진다. 건강을 위하여 소식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지만 1일1식의 삶은 필자가 생각할 때 모순점 투성이다.
예를 들어보자. 그 의사가 어제 아침을 7시에 먹었고 오늘 저녁 7시에 약속이 있다면 36시간 공복이다. 36시간 동안 밥을 굶은 그를 삼겹살과 잘 익은 김치가 지글지글 익고 있는 불판 앞에 앉혀보라. 1분도 안되어 맹수로 돌변하는 가운 입은 의사를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한두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구석기 시대의 삶을 표방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논리는 안정적인 영양섭취가 인류의 수명을 연장했다는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1일1식은 폭식을 유발하고 고른 영양섭취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제도나 관습에도 맞지 않는 이론이다. 특히 식사를 걸렀을 때 나타나는 배고픔과 그 다음에 벌어지는 폭식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이다.
극단적인 단식이나 초절식 다이어터들이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나치게 적게 먹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뇌는 이를 기아상태로 판단하여 비상사태를 선포함과 동시에 지방을 저장하기 시작한다. 선천적으로 지방저장 메커니즘이 잘 발달된 우리 몸은 비정상적인 배고픔이 계속될 때 오히려 지방을 내놓지 않는다. 불경기에 지출을 줄이듯이 말이다.
이것이 필자가 평생 지속이 가능하지 않은 다이어트를 절대 권하지 않는 이유다.
소식을 하되 아침·점심·저녁 식사의 비율을 3:5:2로 할 것을 권한다. 해가 떠 있을때만 음식을 먹되 저녁은 거지 같이, 잠은 황제 같이 자야한다. 특히 습관적으로 즐기는 야식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즉시 끊어야 한다. 야식이 왜 나쁜지 이론적 무장이 가능하면 뱃살쯤이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매주 이 시간에 공부를 하여 보자.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이라 했으니 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hankookj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