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길 거닐어 볼까…역사여행 떠나 볼까!

한국관광공사 추천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탐방'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 설경[한국관광공사 제공]


고궁의 겨울은 고요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북적이던 관람객의 소음이 잦아들면 비로소 고궁은 평화를 얻는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궁궐은 경복궁이 아니라 창덕궁이다.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왕이 거주하며 정사를 이끌던 곳)이고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은 이궁(화재나 변고가 있을 때 머물며 정사를 보던 곳)이다. 하지만 태종부터 이후의 왕들은 창덕궁에 더 자주, 오래 머물렀다.

경복궁은 주요 건물들이 좌우대칭으로 반듯한데 비해, 창덕궁은 산자락과 주변 지형에 따라 공간을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건축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뤘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여행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은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탐방'이라는 테마 아래 2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 4곳을 선정·발표했다.

조선의 왕들이 지극히 아끼던 공간 '창덕궁과 종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주 '역사유적지구와 문무대왕릉', 고려시대 대몽항쟁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또 유네스코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중에서도 한라산 천연 보호 구역·거문오름 용암 동굴계·성산 일출봉 응회구 세 곳을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자연 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종묘의 중심인 정전[한국관광공사 제공]


■ 조선의 왕들이 사랑한 공간, 창덕궁과 종묘

창덕궁과 종묘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조선의 왕들이 아끼던 곳이라는 점이다. 창덕궁은 경복궁보다 오랜 세월 왕들이 거처한 궁궐이다. 나라의 공식적인 행사를 할 때 무대가 된 인정전은 웅장한 멋이 넘친다. 왕실 여인들의 생활공간인 대조전, 왕이 업무를 보던 선정전, 왕세자가 공부하던 성정각,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이 살던 낙선재 등 건물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에서 풍류를 즐기던 창덕궁 후원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왕실의 사당이다. 단일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정전을 중심으로 영녕전, 재궁 등 종묘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장엄한 멋이 흐른다. 국립서울과학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과학, 문화, 예술적인 볼거리를 끼워 일정을 짜는 것도 좋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맛있는 먹거리가 최고다. 종묘 앞에 자리한 광장시장은 이런 욕구에 맞아떨어진다. 고소한 맛이 혀에 감기는 빈대떡, 쫄깃한 순대, 허기를 달래주는 마약김밥, 술술 넘어가는 육회를 맛보면 피곤함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문의 창덕궁 관리사무소 (02)762-8261

문무대왕릉[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주 역사유적지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특히, 경북 경주역사유적지구 가운데 월성지구에는 신라 왕조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첨성대와 석빙고, 왕궁 터 등을 둘러보고 솔숲을 거닐며 산책하기에도 좋다.

2월 경주 월성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1500여 년 전 신라 지증왕(신라 22대 왕)의 발걸음을 따라가는지도 모른다. 파사왕(신라 5대 왕)이 축성한 뒤 신라의 궁궐이 된 월성은 초승달 모양 지형에 숲과 잔디밭만 남았지만, 아름다운 솔숲을 거닐며 산책하기 좋다. 한때 월성의 주인이던 진평왕(신라 제26대 왕)과 선덕여왕(신라 제27대 왕)은 부녀간으로, 보문동과 낭산 자락에 묻혀 남촌 들녘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신라 제30대 왕)의 능은 양북면 봉길리 바다에 있다. 신문왕(신라 31대 왕)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화장한 뒤 모차골 산길을 따라 기림사를 거쳐 동해에 뼛가루를 뿌렸다. 그는 아버지의 능과 멀리 떨어진 배반동에 묻혔다. 성덕대왕신종은 경덕왕(신라 제35대 왕)이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들 혜공왕(신라 제36대 왕)에 이르러 완성했으니 손자의 치사랑까지 품은 것이다.

문무대왕의 수중왕릉인 문무대왕릉(대왕암:사적 158) 가까운 곳에 감은사, 이견대, 기림사, 선무도의 본산 골굴사, 고유섭 시비, 용연 등의 알려진 명소가 많다. 이밖에도 드라마 '선덕여왕' 세트장, 영화 '관상', 드라마 '대왕의 꿈' 등을 촬영한 신라밀레니엄파크에 가면 신라인들이 신분에 따라 살던 집도 볼 수 있다. 항아리 분수가 있는 토우공원, 도자기 체험장, 금속공예, 들꽃 공예, 목공 체험 등 아이들이 체험할 거리도 많다.

인형극 '호낭자의 사랑'과 그림자극 '석탈해'도 볼만하지만, 백미는 말을 타고 무예를 펼치는 마상 공연 '화랑의 도'다. 문의 경주역관광안내소 (054)772-3843 터미널관광안내소 (054)772-9289

장경판전에서 대장경판을 꺼내 보여주시는 스님[해인사 제공]


■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고려 시대, 몽골과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할 때 옛사람들은 목숨 부지할 방책을 찾는 대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불사를 일으켰다.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을 제작한 것이다. 8만4000 번뇌를 의미하는 8만4000 법문을 새긴 목판으로, 세계에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과 더불어 그를 봉안한 장경판전 역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장경판전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법보사찰로 꼽히는 천년 고찰이다. 근엄하면서도 기품 있는 사찰의 면모는 병풍처럼 두른 가야산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대장경 제작 과정과 장경판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와 해인사소리길, 합천영상테마파크도 함께 둘러보기 좋은 합천의 명소다.

합천영상테마파크와 인접한 황매산(해발 1108m)은 정상 바로 아래까지 자동차 도로가 있어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산 정상부의 아름다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일출 명소이자 봄이면 철쭉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철새들이 한가로이 쉬어 가는 정양늪과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황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함벽루도 겨울 여행의 묘미를 선사한다. 문의 해인사 종무소 (055)934-3000

거문오름 분화구 코스의 시작점[한국관광공사 제공]


■ 제주 화산섬과 용암굴의 중심지 거문오름

제주도에는 나직나직하지만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는 크고 작은 오름 수백 개가 있다. 이중 용암이 만든 다양한 동굴과 분화구의 식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굴의 중심지인 거문오름(거문오름용암동굴계)이다.

탐방로를 따라 분출된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용암 계곡과 동굴, 바위 덩어리로 된 지표면에서 바람이 불어 나오는 풍혈, 화산활동 당시 만들어진 화산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은 4개 코스로, 1일 예약자 40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해설사와 함께 출발한다. 오름 입구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과 더불어 조랑말체험공원도 찾아가보자. 조선 시대에는 최고의 말을 길러내던 목장을 '갑마장'이라 불렀다. 제주에도 명마를 길러내던 갑마장이 여러 곳에 있었다. 조랑말체험공원이 있는 가시리도 그중 한 곳이다. 제주 갑마장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조랑말의 특성과 제주 목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조랑말박물관, 조랑말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는 따라비 승마장, 말똥과자 만들기와 도자기 조랑말 꾸미기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장 등이 자리한 이유다.

바다와 함께 살아온 제주 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 육지와 제주를 잇는 주요 교통수단인 비행기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정석항공관도 함께 돌아볼 만한 여행지다. 문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064)710-8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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