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오슬린 미국 기업연구소(AEI) 상근연구원은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은 기고문에서 아시아 중시 전략을 '서서히 죽어가는 상태(slow death)'에 빗대며 이처럼 지적했다.
아시아 중시 전략은 미국의 대외 정책 초점을 아·태 지역으로 옮기는 구상으로, 호주·필리핀 등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 등 12개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해 자유 무역 벨트를 만드는 것 등이 골자다.
그러나 지난달 말 민주당 수뇌부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가 TPP 성사를 앞당길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겠다고 밝히면서 TPP와 아시아 중시 전략은 큰 난관을 만났다.
오슬린 연구원은 WSJ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여당에도 대(對)아시아 비전을 이해시키지 못한 상황에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TPP를 지지하던 의원들과 재계는 대통령이 이런 중요 사안에 너무 적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을 대놓고 한탄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미국의 일반 유권자들은 왜 미국이 혈세와 군사력을 쏟아 아시아의 평화·안전을 지켜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한다고 오슬린 연구원은 지적했다.
일본이나 한국 같은 부자 동맹국이 대신 더 적극적으로 지역 안보에 관여하는 것이 옳다는 미국 내 반응도 이런 문제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오슬린 연구원은 이어 중국이 미국 대표 상품인 애플 아이폰의 생산을 맡고 중국·일본 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2조 달러 어치에 육박하는 등 실제 미국과 아시아의 연관성이 깊은데, 오바마 정부가 이를 잘 전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시아 중시 정책이 미국 정부의 무관심과 노력 부족 탓에 엉망이 됐다고 평가했다.
작년 논란이 됐던 중국의 대공식별구역 설정과 한·중·일 외교 분쟁 등의 사안에 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미국의 위상을 '종이호랑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슬린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에서의 목표에 관해 명확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중국의 무모한 행동을 막는 조처가 아시아 중시 전략에 꼭 필요한 토대인데도, 미국 정부 내에서 '목표는 중국 견제'란 말을 할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오슬린 연구원은 이어 "한미 관계를 제외하고는 아시아에서 주요 동맹국 관계는 2010년대가 아닌 1950년대로 퇴보한 것 같다"며 "전쟁에 지친 미국 대중은 감히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 여기며 지금 훨씬 더 자신만만하고 강압적인 중국을 언짢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