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학교서 무장 인질극…교사·경찰 1명씩 사망

"교사와 갈등 겪던 고등학생 소행"…당국, 소치 올림픽 노린 테러 가능성에 긴장

러시아 모스크바 동북부 학교에서 3일(현지시간) 인질극이 벌어져 교사 1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부터 모스크바 동북부 아트라드나야 거리에 있는 263호 학교에서 이 학교에 다니는 10학년(한국식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세르게이 고르데예프가 인질극을 벌였다.

소총과 엽총으로 무장한 채 학교에 도착한 고르데예프는 경비원을 위협해 10학년 동료 학생들이 수업 중이던 교실로 들어갔다. 무기는 자신의 아버지 소유로 알려졌다. 당시 교실에선 학생 20여 명과 지리 교사 1명이 수업 중이었다. 고르데예프는 아무 말 없이 교사에게 총을 쐈고 부상한 교사는 얼마 뒤 숨졌다.

곧이어 경찰이 출동하자 범인은 창문을 열고 경찰을 향해 총을 쏴대며 완강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총에 맞아 그 가운데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고르데예프는 나머지 학생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에 경찰은 고르데예프의 아버지를 불러 범인 설득에 나섰다. 아버지는 먼저 아들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약 15분간을 설득한 뒤 방탄복을 입고 직접 교실로 찾아 들어가 다시 약 30분을 더 설득했다. 아버지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결국 고르데예프는 학생들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경찰은 인질로 잡혀 있던 학생들이 모두 풀려나고 고르데예프와 아버지만 남았을 때 교실로 진입해 범인을 체포했다. 다른 반에서 수업 중이던 학생들은 앞서 모두 대피시킨 뒤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다행히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 블라디미르 마르킨 대변인은 진압 작전이 끝난 뒤 "잠정 조사 결과 고르데예프는 성적이 우수한 모범생으로 파악됐다"며 "순간적 감정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사기관 관계자는 고르데예프가 지리 교사와의 개인적 갈등 끝에 범행을 기획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동료 학생들은 "고르데예프가 우등생이었지만 친구들과 얘기도 잘 하지 않는 내성적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한 교사는 대부분 과목에서 A 등급을 받아 우등 졸업을 앞두고 있던 고르데예프가 지리 과목에서만 B 등급을 받아 우등 졸업자들에게 수여하는 '금메달'을 놓치게 되면서 담당 교사에 원한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수사 당국은 범인을 인질극, 살인, 공무원 위해 등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동시에 의료진에 범인의 정신 감정을 의뢰했다.

인질극이 벌어지자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내무장관,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직접 현장에 출동해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30여대의 경찰차와 구급차, 소방차 등도 긴급 출동했다. 경찰과 특수부대가 학교 건물을 포위하고 협상을 벌이는 동안 범인은 10여 발의 총을 쏘며 격렬히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당초 이번 사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소치 동계 올림픽을 노린 이슬람 반군의 테러 시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바짝 긴장했으나 일단은 원한에 따른 단순 인질극으로 판명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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