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고 선박의 무리한 부두 접안 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사고 선박인 싱가포르 국적 '우이산호'는 애초 사고 당일 오전 11시 반쯤 여수 낙포동 GS칼텍스 원유 2부두에 접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예정시간보다 2시간 이른 9시 35분쯤 접안을 시도했다.
여수 해운 업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우이산 호는 맞은 편에서 오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발견하고 이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비보호 좌회전'으로 부두 접안을 시도하면서 속력을 이기지 못한 채 송유관을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산하 여수해상교통관제센터(VTS) 측은 "당시 이같은 우려 상황은 없었다"고 밝혀 해경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 측의 안일한 원유 이송 작업도 도마에 오른다. 사고 발생 한 시간여 전에는 우이산호와 비슷한 규모의 유조선이 원유 이송작업을 마쳤다.
GS칼텍스는 이후 부두 송유관의 밸브를 잠궈 속을 비우는 이른바 '블레잉'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작업만 했어도 원유 유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상배 여수해양경찰서장은 "회사 측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가 애초 처음 유출량이 4드럼 분량이라고 밝힌 것도 이처럼 속이 빈 상태에서 유출량을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파손된 원유와 납사, 유성혼합물의 송유관 3개가 담을 수 있는 기름양이 13만여 리터이고, 해경이 발표한 유출량이 16만 4천 리터인 것을 볼 때도 속이 가득찬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벨브를 잠그면서 유출된 양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흡한 초동대처 역시 화근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9시 35분쯤 발생했지만, 해경에 사고 내용이 처음 신고된 것은 이보다 30여 분 뒤인 10시 5분쯤 이뤄졌다. 그것도 회사 측이 아닌 VTS 상황실에서 신고한 것이다.
VTS 역시 여수도선사지회의 신고를 받고 사고 사실을 처음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VTS 측은 해경 신고 뒤 사고 선박 도선사와 통화해 사고 사실을 재차 확인하고, 통제하는 CCTV를 통해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설부두라는 이유로 VTS에서 사고 부두를 실시간 모니터할 수 없었던 시스템도 향후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떠오른다.
GS칼텍스 측은 "사고 대응 메뉴얼에 따라 오염 확산을 조기에 막기 위해 방재 작업을 우선한 것일 뿐 사고를 은폐하려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해경의 늦장 대응도 논란거리다. 해경의 상황보고서를 보면 김상배 서장이 현장에 도착해 현장을 지휘하기 시작한 것은 신고가 들어온지 2시간이 지난 낮 12시쯤이었다.
이후 심각성을 느꼈는 지 50분 뒤 항공기를 통한 현장 주변에 대해 광범위한 수색이 진행됐다. 또 1시가 돼서야 517함과 방제 13호 등 방제선박이 투입돼 유회수기를 이용한 본격적인 방재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직전 해경과 항만청 등 관계기관들은 설 연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평상시에도 민관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해양 방제 훈련을 한다고 자주 홍보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이같은 활동들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입증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