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마다 제각각인 추첨제도부터, 입학할 때 제시되는 주먹구구식의 입학 기준까지 유치원들의 제멋대로 행정에 학부모들이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기저기서 유치원 추첨 제도와 관련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유치원 추첨을 경험한 채민식(37) 씨는 "듣기는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유치원 추첨 제도가 너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가 유치원 선발 방식을 개선한다며 선착순 대신 추첨제를 의무화했지만, 세부적인 지침이 없다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채 씨는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추첨하라고 하면 좋을텐데, 어떤 곳은 안대를 하고 다른 곳은 먼 곳을 쳐다보는 척하면서 진행하더라"며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힐끔힐끔 쳐다보는 부모들을 보면서 기분이 좀 찝찝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하모(37) 씨 역시 첫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불만이 많다.
입학 추첨 당시 도보 35명, 통학버스 15명 등 총 50명을 뽑았는데, 왜 이처럼 나눠서 뽑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물론 하 씨도 어떻게든 당첨이 되고 보자는 생각에 좀더 많이 뽑는 35명에 지원해 운이 좋게 당첨됐지만, 막상 아이가 붙고 나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하 씨는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라서 외곽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 경우 차를 갖고 다니지 않는 이상 도보로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아이들 상대 범죄도 그렇고, 겨울이라 길 곳곳이 얼어있는 것도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추첨에서 떨어진 학부모들에게는 불투명한 대기자 처리절차 역시 논란거리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문고운(35) 씨의 경우 지난해 유치원 당첨에 떨어져 대기자 접수를 해볼까 하다가 어이없는 얘기를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기자 신청을 해보려고 했지만, 전화로만 접수한다는 얘기에 한숨만 나왔다.
문 씨는 "선착순 접수하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은 없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전화로만 받는다고만 하니 확인할 길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첫째 아이가 원생일 경우 둘째 아이를 자동 입학시켜주는 걸 놓고도 '세습'이라는 반발이 불거진다.
문 씨는 "첫째 아이가 다니면 동생을 자동으로 입학시켜주는 곳이 많은데,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감안하면 불공평한 처사"라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