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북한의 노력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현 대사가 언급한 군사훈련은 한미 해병대가 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1만명 안팎의 병력이 참가해 벌이는 연례 상륙훈련인 '쌍용훈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현 대사는 "한미 양국이 다음 달 실시하는 합동 군사훈련은 한반도를 전쟁의 위험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는 또한 남북한이 추진 중인 이산가족 상봉 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남한에 기회를 줬으며 만약 남측이 이 기회를 놓친다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만약 군사훈련을 강행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전쟁 직전으로까지 몰고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지난해 쌍용훈련 당시에도 비슷한 위협과 경고를 한 바 있고 올해 1월에는 상호 비방과 적대적 군사행동을 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쌍용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대신 북한에 이달 중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성사를 통해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현 대사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쌍용훈련이 방어를 위한 훈련이라는 한미 양국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한미 양국은 쌍용훈련을 통해 평양을 점령하기 위한 특수 상륙작전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군사훈련의 본질은 미래의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겨냥한 북한의 이 같은 압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에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하면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노선에서 탈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 대사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전임자의 것보다 더 나쁘다"며 "본인은 북한에 진정성을 보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남측의 태도는 매우 도발적이고 대립적"이라고 비난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의 대니얼 핑크스턴 애널리스트는 "북한이 표면적으로 긴장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내부 선전활동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김정은은 내부에서의 비판을 피하려고 자신이 마치 통합을 지향하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 대사는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과 관련, 장씨가 2009년에만 460만유로(약 67억원)를 유용했으며 권력남용으로 국가경제 시스템을 망가뜨렸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