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2002년 위기 재현?…"정부 신뢰 추락"

통화가치 폭락, 인플레율 급등, 성장둔화로 최악 상황 우려

아르헨티나의 2014년이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화 가치 폭락과 인플레율 급등, 성장 둔화가 가져온 위기감이 갈수록 국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현재 상황을 사상 최악의 정치·경제·사회적 위기로 일컬어지는 지난 2002년에 비유했다.

1월 말까지 최근 12개월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37.87%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18.63%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페소화 환율은 1월 말 달러당 8.02페소로 마감됐다. 암시장 시세는 달러당 12.65페소를 기록했다.

페소화의 공식 환율과 암시세는 2011년 12월 4.32페소와 4.73페소, 2012년 12월 4.92페소와 6.8페소, 2013년 12월 6.52페소와 10페소였다. 공식 환율과 암시세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통화 위기를 부인하고 있다. 악셀 키칠료프 경제장관은 "통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궤도를 벗어난 것일 뿐"이라며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소화 가치 폭락은 외화보유액의 급격한 감소로 나타나며 위기감을 가중하고 있다.


외화보유액은 1월 말 282억7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2006년 10월 이래 가장 적은 것이다.

외화보유액은 2011년 1월 526억5천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래 감소세가 계속됐다. 올해 들어 페소화 가치 폭락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달러를 사용하면서 1월에만 외화보유액이 23억2천만 달러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외화보유액을 220억∼25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200억 달러 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10월 대선을 통해 집권하는 차기 대통령은 외화 부족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페소화 가치 폭락은 가격 인상을 가져왔다. 정부가 주요 생필품 가격동결 조치를 내놓았으나 최근 열흘 사이 쇠고기 가격은 20%, 의약품 가격은 50% 올랐다. 컨설팅 업체들은 1월에만 인플레율이 5∼6%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는 인플레율 상승세를 억제하려고 초강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1월 초 194개 생필품의 판매가격을 동결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대상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주변 위성도시, 마르 델 플라타 시에 한정했다. 그러나 이번 주부터는 가격동결이 전국의 모든 도시로 확대된다.

호르헤 카피타니치 수석장관은 "페소화 약세를 틈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매국 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가격을 지나치게 올린 30여 개 업체에 무거운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공식 인플레율은 10.9%다. 그러나 민간은 28.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틴 로우스테아우 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지난달 말 브라질 신문과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앞으로 수년간 불황 속에도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축제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미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유명 컨설팅 업체인 폴리아르키아(Poliarquia)의 세르히오 베렌스타인 대표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정부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외교관 출신의 정치 분석가인 호르헤 아시스는 "현 정부는 즉흥적인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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