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의사를 만나 속사정을 들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소아치과 전문 연세밝은아이치과 박주석 원장(42)은 "동네병원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치의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환자와 의사 간에 깔린 불신이 걷혀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개원했나.
"2003년 7월에 문 열었다. 오래 하다 보니 단골환자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매출이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다."
-어떤 환자들이 많이 오나.
"5세에서 초등학교 3~4학년까지의 소아가 대부분이다. 하루 평균 10~15명 정도 내원한다. 치료에서는 충치 치료가 90% 정도를 차지하고 치아 한두 개 정도를 손보는 단순 교정이 그 다음이다."
-지난해 폐업한 의료기관 5200여 곳 중 치과의원이 748곳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월 세전 수익이 1000만 원 선이다. 작은 돈은 아니지만 불안감이 있다. 가장 큰 두려움은 과연 이 상태를 5년, 10년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진료분야를 소아 위주로 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소아치과 쪽으로 수련받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는 게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치과병원들 다 임플란트하던데, 왜 안하나.
"매출에 큰 도움 되니까 처음에는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요즘은 단가가 많이 떨어졌고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스트레스는 사후 관리와 책임 문제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진료가 고가가 되면 스트레스도 커진다. 소아 전문이다 보니 같이 하기도 힘들다. 아이들이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다른 환자는 못본다. 환자 한 명 보는데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
-치과병원들의 어려움은 뭔가.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적으로 치과의사가 2만 명이 넘어섰다. 양천구에만 180명이 몰려 있다. 경기도 안 좋다. 가장 큰 불만족은 아무래도 수가 문제다. 일부 아말감과 신경치료의 경우 수가가 만족스럽지 않다. 보험치료만 해서는 병원 운영이 안된다는 말은 맞는 것같다."
-올해 매출 전망은 어떤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매출이 확 꺾였다가 작년에 좀 나아졌는데, 올해가 걱정이다. 올해 매출이 10~20% 정도 줄 것으로 본다."
-보험과 비보험의 비율은 어떤가.
"비보험과 보험의 비율이 2대 1 정도다. 단순 발치와 신경치료는 대부분 보험이고, 레진치료(치아 깨짐 등 손상에 대해 금속 등 재료를 이용해 때우는 치료)와 어린이 왕관(크라운), 교정 등은 비보험이다."
-주변의 다른 병원들 사정은 어떤가.
"비보험진료가 많지않은 내과, 소아과, 재활의학과 선생님들은 힘들어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는 치과 보다 비보험 치료가 더 많으니까 파이가 더 클 거다."
-공부 잘하는 수재들은 죄다 의대로 몰리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의사는 돈 많이 번다, 안정적이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조만간 깨질 것이다. 개인 파산의 40%가 의료인이란다. 인재를 10등급으로 나눈다면 7~8등급이 의사로 적당할 것같고, 9~10등급은 공대나 기초연구 분야로 가야 한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다."
-자녀가 의사를 지원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아직 결혼 안했다. 치대는 안 보내고, 의대는 보낼 것같다. 치과의사는 육체적으로 좀 힘들다. 의대를 보내는 이유도 돈이 아니라 진료 이외의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제 도입 여파를 어떻게 전망하나.
"원격의료가 실시되면 환자들이 동네병원으로 오지 않을 거다. 환자들이 대학병원의 원격진료를 받을 거다."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도 추진 중이다.
"의사 보고 다른 장사 하라는 거다. 꼼수다. 병원 영리법인화도 반대다. 요즘 집 앞 동네슈퍼를 가면, 품목도 줄어들고 채소의 신선도가 예전만 못하는 등 장사가 점점 안되는 것같다. 결국 SSM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영리법인이 되면 동네병원 다 죽을 거다."
-그렇다면 의료계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나.
"의사 수가 너무 많다. 또 요즘 병원들 매출 누락 못한다. 매출 신고가 투명해진만큼 세율을 조정해주던가 이것도 안된다면 지출경비라도 늘려줬으면 좋겠다. 제일 좋은 방법은 주치의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주치의제도가 자리잡는다면 환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동네병원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첫째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가 둘째를 낳았다고 하면서 데리고 왔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다. 환자 수만 일정하게 확보된다면 의사들도 무리한 치료를 할 필요 없으니까 환자들에게도 이익이다. 다만 신뢰의 문제가 있다."
-신뢰란 어떤 것을 말하나.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예전엔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믿고 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환자들이 의사를 안믿지만 의사들도 환자를 안 믿는 것같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신 잘못이니 책임져!' 이렇게 나와버리기 때문이다."
-환자의 불신감을 겪은 적 있나.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이를 다쳐서 왔는데 상태가 괜찮아 보여 '치아는 더 흔들리면 빼면 되고 붓기는 약 먹으면 금방 가라앉는다. 괜찮다' 했더니 '나중 문제 생기면 책임질거냐. 잘못되면 진단서 떼러 올거다'라면서 화내고 나가버리더라."
-의사들이 자성해야 할 점도 많다. 왜 환자들이 큰병원으로 몰린다고 보나.
"그렇다. 신뢰의 문제다. 단순 질환인데도 큰병원으로 가는 것은 큰병원이 신뢰성에서 더 낫겠지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신기술을 표방하면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병원도 있다.
"나는 나온지 10년, 20년된 옛날 것(전통적 치료법)을 더 좋아한다. 레진치료에서 요즘 미관에 좋다는 신제품들이 쏟아지는데, 치아를 더 많이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치아 상실의 위험이 있고 돈도 훨씬 더 많이 든다. 라미네이트(치아 성형)도 원래 표면만 살짝 깎아서 입히는 건데 미관을 강조하다 보니 깎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과잉진료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과잉진료 탓만은 아니라는 건 무슨 뜻인가.
"성형외과, 피부과 쪽은 환자들의 의료쇼핑이 더 문제가 된다. 소비 주체가 있으니까 공급이 생긴 것이다."
-임플란트는 좋은 치료법이지만 재수술 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임플란트가 소개된 지 20년이 돼가는데, 재수술 시 제거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이 아직까지 정립돼 있지 않다."
-치과 진료시 치료율을 좌우하는 것은 뭔가.
"소아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기술 보다는 꼼꼼함이다. 치아를 똑같이 깎아 내더라도 시간을 더 많이 들이면 결과도 더 좋다."
-요즘 아이들 치아건강 상태는 어떤가.
"잘못된 식습관이 큰 문제다. 예전엔 우유병우식(아이에게 우윳병을 물린 채 잠을 재우면서 생겨나는 앞니 충치)이 문제였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밥 먹을때 돌아다니거나 오랫동안 안 삼킨 채 물고 있는 것이 최대 골칫거리다. 이런 경우 치아가 한두 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썩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