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km구간에 KTX역만 4개…'KTX야? 전철이야?'

생색은 정치인이, 뒤처리는 공기업이…누가 공기업에 돌던지나?

지난 2010년 12월 경남 서부지역 밀양과 창원을 잇는 KTX가 개통됐다.

그런데 창원시에만 KTX 역 3개(창원중앙역, 창원역, 마산역)가 문을 열었다. 한 도시에 KTX역이 3개가 있는 도시는 서울과 창원뿐이다.

창원중앙역에서 창원역까지 거리는 약 9.6km, 창원역에서 마산역까지는 약 3.5km이다.

역 간 거리가 짧아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중간역(창원역)을 만드는 데 반대했지만 권경석 당시 국회의원의 요구로 관철됐다.

그로부터 2년 뒤 마산역에서 15km떨어진 함안역도 KTX 정차역으로 바뀌었다.

KTX의 속도 저하와 수요 부족 문제로 계획에는 없었지만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경남 의령․함안․합천)이 밀어부쳤다.



그는 다름 아닌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출신이다. 조 의원은 “창원에만 3개 역이 들어서는데 왜 함안은 안되느냐”며 친정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을 압박했다.

어쨌든 이 지역 28km구간에 모두 4개의 정차역이 생기면서 KTX의 역간 평균속도는 40km대로 떨어졌다.

역 하나에 평균 150억 원 정도가 소요된 신증축비용, 그리고 역사 운영비, 인건비 등은 조 의원의 친정이랄 수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부채는 13조 9,796억 원에서 2년 만에 17조 3,405억 원으로 급증했다.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6,017억 원이나 된다.

◈ 철도·도로, 정치인들 민원으로 무리하게 건설되는 경우 많아

코레일의 경우는 수익성 없는 선로가 적지 않게 경영난에 작용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수익성 없는 선로도 정치인들에 의해 무리하게 건설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부내륙선철도의 경우가 그렇다.

경기도 이천에서 문경까지 잇는 이 선로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복선은 수익성이 나오지 않아 단선으로 건설 계획 중이다.

단선도 사업 추진 기준인 1.0을 가까스로 넘어선 1.01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지역구 의원은 중부내륙선철도 복선화를 여전히 공약으로 내세우며 추진하려 한다.

게다가 이 선로는 정부의 재정여건상 당장은 건설 계획이 없었지만 올해부터 착공하게 됐다.

산자부장관 출신이자 기재위원인 윤진식 의원(새누리, 충주)의 줄기차게 기재부를 압박한 결과 지난해 갑작스럽게 건설 예산 121억 원이 반영됐다.

윤 의원은 “감사원과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끝까지 설득해 이천-충주-문경간 철도 착공비를 확보함으로써 중부내륙선 철도의 순항을 가능케 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까지 냈다.

철도뿐 아니라 고속도로도 지역구 국회의원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곤 한다.

'포항~영덕 고속도로'도 사업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구간이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B/C(편익비용분석)가 0.33으로 사업 추진 기준인 1.0에 한참 미달이고, NPV(순현재가치)도 -1조 5,445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도 이 사업은 2009년부터 건설 사업이 꾸준히 진행돼 왔는데 그 배후로 이상득 전 의원이 지목됐다.

1조 2,00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 가운데 상당부분을 도로공사가 분담해야하는 형편인데, 이런 사례는 드문 것이 아니다.

◈ 수익성 따지지 않은 선심성 지역 투자…공기업 부채로 이어져

지난해 12월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 낸 ‘공공기관 국정감사 제대로 보기’라는 보고서를 보면, 한국도로공사 노조 측은 “정치인의 지역개발공약 밀어붙이기. 민원 등에 의해 무리한 도로건설사업 시행이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올해도 SOC 예산 가운데 정치인들의 민원성 예산인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3940억원이 편성됐다.

이 가운데 958억 원이 도로건설 예산이다. 도로건설은 국가예산과 도로공사예산을 섞어 집행하기 때문에 앞으로 도로공사의 예산도 비례해서 투입될 수 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사이 공기업의 등골이 휘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을 벌여온 강지원 변호사는 “정치인들의 공약에는 무리한 공약이 많고 그러다보니 약탈적 예산확보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선심성 공약이야말로 매니페스토 운동의 최대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기업의 경우도 정치인들로부터 여러 이권청탁이 오는 곳”이라며 “그런 정치적 압력이나 청탁에서 중립적이어야 공평한 예산 집행이 가능한데 정치권의 나눠먹기, 갈라먹기 경쟁이 공기업 실패의 중요한 이유다”고 말했다.

[공기업 개혁 기획보도] 관련 기사
○ [단독] 공기업 금융부채, 71%는 정부 책임 (2014-01-20) ☞ 바로 가기
○ 그린벨트에 제2의 분당 짓겠다더니…날탕 정부정책에 망가진 기업들 (2014-01-20) ☞ 바로 가기
○ 대기업은 왕, 국민은 봉…기막힌 공공요금 인상 (2014-01-21) ☞ 바로 가기
○ 신의 직장에 前공무원들 우글우글…도대체 왜? (2014-01-22) ☞ 바로 가기
○ 거수기로 전락한 ‘공기업 컨트롤타워’ (2014-01-23) ☞ 바로 가기
○ 족집게 과외, 마크맨까지…공기업 경영평가가 뭐기에? (2014-01-24) ☞ 바로 가기
○ “소수점으로 천당지옥” 수능보다 잔인한 공기업 경영평가 (2014-01-24) ☞ 바로 가기
○ 朴 "신의직장, 정보공개 하라" 지시 묵살됐다 (2014-01-27) ☞ 바로 가기
○ '하루승객은 15명, 역무원은 17명' 쌍용역 기사의 진실 (2014-01-28) ☞ 바로 가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