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빚 독촉은 물론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다.
◈ 기분 좋게 바꾼 새 휴대전화로 욕설과 빚 독촉 폭탄
직장인 최모(40) 씨는 3개월 전 최신형 스마트폰을 개통하면서 새로운 번호를 받았다.
개통 직후부터 스마트폰에 불이 난 듯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들어왔지만 생판 모르는 번호였다.
그 내용은 하나같이 '빚을 갚으라'는 독촉이었고 악에 찬 듯 욕설이 섞여 있었다.
최 씨는 "다짜고짜 전화가 와서 욕설로 시작해 빚을 갚으라는 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왔다"면서 "문자메시지도 전부 같은 내용이라 스마트폰만 보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씨가 받은 번호는 전 주인이 빚을 진 뒤 독촉을 피해 버린 번호였던 것.
그는 3개월째 이런 빚 독촉이 올 때마다 '번호가 바뀌었다'고 해명을 하고 그만 연락하라고 하소연을 하지만 끝이 없다고 했다.
최 씨는 "3개월 동안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면서 "독촉 전화나 문자가 여전히 끊이지 않아 번호를 바꿀까 고민 중이다"고 하소연했다.
◈ 옛 번호 주인 개인·금융정보도 '유출'
강 씨의 휴대전화 문자보관함에는 김○○ 앞으로 된 휴대전화 요금 독촉 메시지, 광고 메시지가 가득 차 있었다.
여성인 이모(26) 씨는 바꾼 번호로 난데없는 '예비군소집' 통보 메시지가 연달아 오자 웃어넘겼지만, 개인·금융정보까지 들어오면서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은행 통장 개설 내역이나 대학교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같은 개인·금융 정보까지 들어왔다"면서 "내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정보를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정보를 도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1년에는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돌던 '연예인이 쓰던 폰번호 얻어걸린 사람의 카톡'이라는 사진도 같은 맥락이다.
한 일반인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뒤 카카오톡을 깔았는데 유명 연예인이 친구로 등록돼 있어서 알고 보니 해당 번호가 연예인이 쓰다가 해지했던 번호였던 것.
카카오톡은 휴대전화 번호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친구가 추가되는 기능이 있어서, 이를 악용해 전 주인을 도용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이동전화 30년, 가입자 5440만 명…'중고 번호'는 피할 수 없어
올해로 이동전화가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544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고 번호' 사용은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통신사를 변경해 번호를 바꿀 경우 단말기 가격을 큰 폭으로 할인해주는 행사도 많아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법적으로는 중고 번호를 다른 이에게 부여하기 전 유예기간을 두고는 있지만, 고작 28일에 불과해 이런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번호를 바꾸는 경우 1년간 무상 제공되는 번호 변경 안내 서비스를 신청하면 해당 번호가 다른 사람에게 가지 못하도록 묶는 효과를 볼 수는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기 전 대리점에서 언제 해지된 번호인지 확인할 수는 있다"면서 "번호를 해지할 때는 번호 변경 안내 서비스를 신청·연장하거나 번호에 연결된 서비스를 해지해야 정보 유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